현대차 ‘효율성’ 압박, 부품업체 하루 수억원 ‘페널티’
현대차 ‘효율성’ 압박, 부품업체 하루 수억원 ‘페널티’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9.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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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위기, 문제는 전속거래]②
생산라인 실시간 맞물려 재고 ‘0’…지연·결품 시 분당 45~100만원+a 부과
1업체 1부품 생산 종속 심화…1차 협력업체수 1/10 규모인 한국GM 수준
다른 거래처 뚫으려 하면 협박…납품단가 인하 요구, 부품업체 부도 요인
(사진=산업연구원)
(사진=산업연구원)

현대자동차가 차량 생산에서 효율성을 위해 도입한 전속거래는 하위 업체로 갈수록 오히려 효율성의 압박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힘든 모순이 숨어있다.

현대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직서열 생산시스템(Just In Sequence)은 하위 업체들이 각자가 담당하고 있는 모듈을 생산해 완성차 생산라인으로 곧바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으로 완성차 조립에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특히 2·3차 업체부터 현대차까지 생산라인이 실시간으로 맞물려 있어 재고가 ‘0’에 가깝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는 347개로 한국GM 324개와 차이가 없다.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가 1/10 수준인 한국GM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수 있는 건 이런 전속거래의 효율성 덕분이다.

재고가 ‘0’라는 건 그만큼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요소지만 하청업체는 경우가 다르다. 극단적 재고 최소화 생산은 한 곳에서 납품이 멈추면 전체 생산라인도 멈춰버리는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 업체들은 지속적인 납품이 점점 중요해지고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에 대비해 재고를 보유해야 해 월매출의 10% 가량 되는 추가 비용을 더 안게 됐다.

여기에 현대차와 1차 협력업체들은 납품에 문제가 생기면 2·3차 협력업체들에게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중소하청업체 피해자협의회’에 따르면 현대차가 부과하는 페널티는 공급이 늦어지거나 결품이 발생한 시간을 기준으로 분당 45만원에서 100만원+a다. 하루면 수억원에 달한다.

손정우 협의회 대표는 “현대차나 1차 협력업체는 한달치 생산 스케줄을 세워두고 있다고 하지만 오전에 내려온 계획이 오후에 바뀌는 등 갑작스런 변경도 허다하다”며 “그런 경우 오히려 ‘왜 재고를 준비하지 않았냐’며 페널티를 부과하지만 하청으로서 거래관계 유지를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원가절감을 위해 한 부품을 한 업체에서만 생산하도록 해 종속적 거래관계도 심화된다. 손 대표는 “다른 거래 업체를 뚫으려 해도 기존 상위 업체가 거래 관계를 끊는다며 위협을 가한다”며 “법적으로는 부품 업체들이 독점 생산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 독점생산이라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1970년대 이후 경쟁이 심화되자 협력업체들이 국내외 다른 완성차 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로 인해 전속거래 구조가 형성됐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내부적으로 핵심부품이나 모듈부품 계열사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종속관계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전속거래는 부품 업체의 빠르고 안정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현재는 부품 산업에서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키며 부품업체의 혁신역량을 가둬버리는 효과만 남아있다.

무엇보다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라는 수없이 제기된 문제가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손 대표는 “경쟁입찰을 통해 부품 생산 낙찰을 받아 6개월여간 비용을 투자해 생산 준비를 마치면 그때 다시 단가를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며 “상위 업체들이 ‘싫으면 포기하라’는 식으로 나오면 초기 비용을 들인 부품 업체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강압적인 납품단가 조정이 부품 업체 부도의 결정적 요인이다”고 말했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