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폭력적 금형탈취…전속거래 퇴출·파산 ‘2중고’
현대차, 폭력적 금형탈취…전속거래 퇴출·파산 ‘2중고’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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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위기, 문제는 전속거래]④
납품단가 견디지 못한 협력업체, 손실보전 요구에도 ‘묵묵부답’
납품 거부 최후 수단…물리적·법적 수단 동원 협력업체 죽이기
MK정공 로봇 프레스 라인 (사진=MK정공)
MK정공 로봇 프레스 라인 (사진=MK정공)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였던 MK정공은 1차 협력업체인 세원테크와 소송을 준비 중이다. 납품단가 인하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손실보전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폭력적인 금형탈취를 당하며 사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속거래 협력업체는 상위업체로부터 금형이란 틀을 받아 부품을 찍어 납품을 한다. 효율성을 위해 ‘1부품 1업체’를 원칙으로 한다. MK정공 주민국 대표는 “금형탈취는 전속거래 하에서 쥐어 짜인 협력업체가 더 이상 납품을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을 때 상위 업체가 거래 단절을 통보하는 마지막 단계다”며 “금형이 없으면 협력업체들은 죽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K정공의 사례는 아직도 이런 식의 행태가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주 대표가 제공한 MK정공 CCTV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14일 MK정공으로 대형화물차가 들어와 회사 외곽을 비추던 CCTV를 가린다. 이어 여럿 사람들이 회사 내부 CCTV를 돌려놓고 MK정공 금형을 가져갔다. 이런 장면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CCTV에 고스란히 잡혔다.

MK정공은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에 따른 손실보전을 세원테크에 요구했었고 세원테크는 이를 거부하다 MK정공을 인수하기로 했다. 그리고 세원테크는 MK정공 직원들에게 M&A 교육과 회식을 명목으로 본사로 불렀고 그 틈에 금형을 탈취해 간 것이다. MK정공은 현재 강제 휴업상태로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이며 주 대표는 연대보증으로 신용불량자 상태다.

주 대표는 “전속거래에서 부도 위기 2차 협력업체들이 1차 협력업체에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없다”며 “궁지에 몰린 2차 협력업체가 최후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납품을 거부한 상태에서 금형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고 1차 협력업체들은 이를 강제적인 탈취로 해결하려 든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용역을 투입해 강제로 금형을 탈취하는 경우가 있었다. 현대차 2차 협력업체였던 태광공업의 전 대표 손정우 자동차산업 중소하청업체 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실제로 2015년 어느 날 예고도 없이 금형 17벌을 현대차로부터 받았다. 당시 손 대표는 현대차로부터 “무조건 결품 내지 말고 찍어 내라, 그냥 찍어라”는 말을 들었다. 손 대표가 받은 금형은 다른 1차 협력업체가 탈취 당한 것이었다.

예전에는 용역을 투입해 물리적·강제적으로 금형을 탈취하거나 뒷돈을 주고 금형을 가져간 후 회사를 부도내는 방법이 자주 사용됐다면 이제는 법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차 협력업체였던 ㈜지아이에스, 진서테크, 두성테크, 그리고 대진유니텍 등의 대표들은 모두 상위 업체로부터 고소를 당해 징역형을 받았다.

손 대표 또한 현재 공갈죄로 2심이 진행 중이다. 태광의 경영난에 1차 협력업체인 서연이화는 M&A를 시도했었지만 M&A 계약서를 작성한지 4일만에 취소했다. 그리고 2주 후 서연이화는 손 대표를 고소했다. 이 재판에서 손 대표가 지게 되면 태광은 서연이화로 넘어가고 손 대표는 400억원의 연대보증만 남게 된다. 손 대표는 금형도 회사도 모두 뺏겨버릴 처지다.

법률사무소 태서의 서보건 변호사는 “과거 금형 탈취를 힘으로 하던 것에서 이제는 법률전문가가 개입된 방식으로 전략이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