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오는 수사망에 文정부 '적폐청산' 정면비판
김관진·원세훈 구속… '윗선' MB 수사 불가피할 듯
이명박 전 대통령은 12일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서 오히려 사회의 모든 분야가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고 생각한다"며 현정부에 대한 정면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흡사 '경고 메시지'와도 같은 발언들을 쏟아낸 것은 자신을 향해 점점 조여오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 출근해 참모들과 오전부터 5시간 동안 회의를 하고 검찰 수사에 대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같은날 새벽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사이버사가 2012년 백선엽 전 장군을 비하한 김광진 전 민주통합당 의원, 무상급식을 주장한 박원순 서울시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등을 공격하고 그 성과를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 등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군이 정치에 개입한 단서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영장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역시 같은 이유로 구속됐다. 그는 2년간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으로부터 매달 100만원씩 총 3000만원 가량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사이버사 증원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태효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과 당시 청와대 보고라인, 더 나아가 윗선인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수사망을 좁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검찰은 일단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구속영장에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내용은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의 여론조작 활동을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정황이 담긴 문건 등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점 등을 미뤄볼 때 결국 이 전 대통령까지 조사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크다.
더군다나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당 혐의와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역시 구속된 상태다.
SNS 장악문건과 방송장악 문건 등은 청와대의 지시로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당시 원 전 원장이 연예인활동 파악을 청와대로부터 지시받았고 공영방송 정상화쇄신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은 구속수감 중인 원 전 원장도 추가로 불러 소환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과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김 전 장관과 원 전 원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후 이들의 '윗선'인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시기를 본격적으로 검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