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적폐청산, 정치보복 의심 들기 시작"
이명박 "적폐청산, 정치보복 의심 들기 시작"
  • 박정원 기자
  • 승인 2017.11.1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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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으로 국론분열… 안보외교에도 도움안돼"
"부정적 측면으로 긍정적 측면 파괴하면 안돼"
軍사이버사 활동 보고 질문에 "상식에 맞지 않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을 방문하기 위해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을 방문하기 위해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은 재임 시절 자신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사건과 국정원의 정치관여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상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적폐청산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중차대한 시기에 안보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전 세계 경제 호황 속에서 한국 경제가 기회를 잡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으나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서 오히려 사회의 모든 분야가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적폐청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온 세계가 칭송하듯이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내에 발전한 나라다. 짧은 시간 발전하는 동안에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이 부정적인 측면보다도 훨씬 크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적인 것을 고치기 위해서 긍정적인 측면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며 "부정적인 측면은 개혁해 나가되 긍정적인 측면은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군 사이버사령부·국정원 댓글 수사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도 드러냈다.

그는 "안보외교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기자들은 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군(軍)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서 질문을 던졌고,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상식에 벗어난 질문은 하지 말라"며 "그것은 상식에 안 맞다"고 일축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이날 바레인에 함께 출국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기자들에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의혹과 관련) 이 전 대통령은 시시콜콜 지시한 바가 없다"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수석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출국금지와 관련해서도 "외국 정부로부터 정식 초청을 받아 나가는 것인데 출국금지를 하자는 말이 나와 참으로 안타깝다"며 "대한민국 국격과 품위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지난 10일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청원'이 등록돼 현재 7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 문화장관의 초청으로 2박4일 일정으로 바레인을 방문한다. 그는 현지 각료 및 바레인 주재 외교사절 등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 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박정원 기자 jungwon9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