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올리브영 VS 부츠 / 명동 H&B스토어 탐방기
[르포] 올리브영 VS 부츠 / 명동 H&B스토어 탐방기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09.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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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화’ VS ‘대중화’ 승자는?

유통업계 블루오션 H&B스토어…시장규모 2조원대 ‘육박’
전략의 차이가 ‘구경하는 곳’과 ‘사는 곳’으로 갈려
명동에 위치한 ‘부츠’와 ‘올리브영’ 매장 전경 (사진=김동준 기자)
명동에 위치한 ‘부츠’와 ‘올리브영’ 매장 전경 (사진=김동준 기자)

H&B스토어 업계 1위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과 후발주자인 신세계의 부츠가 쇼핑의 메카, 명동에서 격돌했다. 특히 두 매장은 판매전략이 확연히 달라 어느쪽이 승자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명동에 위치한 두 매장을 찾았다.


최근 H&B스토어는 유통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2013년 6000억원이 채 안되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1조700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세를 확인하기 위해 명동 화장품 골목을 직접 방문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보행이 여유로워지긴 했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여전히 H&B스토어와 화장품 브랜드숍을 드나들고 있었다.

명동의 중심상권인 예술극장 맞은편에 위치한 부츠 매장과 명동성당 방면에 자리잡은 올리브영 매장 사이 간격은 불과 50m 남짓. 

최근 경기가 침체되면서 ‘가성비’ 위주의 소비트렌드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고급화’ 전략을 택한 부츠와 ‘대중화’ 전략으로 시장 내 선두주자 자리를 사수하려는 올리브영의 대결이 관전 포인트다.

부츠 매장 내 위치한 ‘럭셔리 뷰티’ 카테고리 (사진=김동준 기자)
부츠 매장 내 위치한 ‘럭셔리 뷰티’ 카테고리 (사진=김동준 기자)

◇ ‘고급화’ 택한 부츠…고객은 외면?= 발걸음은 먼저 부츠로 향했다. 1284㎡ 규모의 총 4층으로 구성된 매장은 4층에 위치한 카페를 제외하면 모두 H&B스토어로 꾸며져 있었다. ‘드럭스토어’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는 듯 3층에 실제 약국이 위치한 점이 특이했다.

매장 밖에서부터 부츠는 일반적인 H&B스토어와는 다른 아우라를 뿜어냈다. 파란색 바탕에 흰색으로 쓰여진 거대한 부츠 간판은 지나가는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매장 1층을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럭셔리 뷰티’ 카테고리다. 베네피트, 슈에무라는 물론 백화점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맥이나 어반디케이 등 고급 브랜드가 위치해 있었다.

당연히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대부분 3~6만원대 사이에 형성된 립스틱, 아이라이너 등 색조 제품들을 시연해보려는 여성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다만 실구매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2~3층 보다 1층 매장에 고객들이 많이 몰려 있었지만 계산대 앞은 한산했다. 고급 색조 브랜드를 매장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볼 때 ‘고급화’에서 차별성을 두려는 의도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부츠에 입점한 르네휘테르 (사진=김동준 기자)
부츠에 입점한 르네휘테르 (사진=김동준 기자)

매장 2층은 주로 헤어나 바디케어 제품이 입점해 있었다. 계단을 올랐을 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르네휘테르다. 유럽으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1순위로 구매한다는 헤어케어 브랜드를 국내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마스크팩 제품 역시 여타 H&B스토어와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AHC 등 고급 마스크팩 제품이 매대 상단열에 위치해 있었다. 리더스코스메틱 등 저가브랜드는 매대 후면이나 하단열에 배치됐다.

남성 화장품 브랜드는 매장 구석에 소규모로 들어서 있었다. 랩 시리즈, 비오템 옴므, 클라란스 맨 등이 입점해 있었지만 매장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았다. 주로 남성보다는 여성 고객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 3층에는 리즈얼이라는 영국의 뷰티 브랜드가 입점해 있었다. 세면대 형태로 꾸며진 매대가 인상적이었다. 가격대는 6~7만원대. 미국의 유통기업인 월그린에 인수됐지만 최초 영국에서 드럭스토어로 출발한 부츠의 아이덴티티가 반영된 듯 보였다.

4층에 위치한 카페는 화장대를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실상 고객들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1층에 위치한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굳이 4층까지 올라올 유인요소가 부족한 탓으로 느껴졌다.

부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고급 브랜드를 H&B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 즐거워했지만 실제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은 보이지 않았다.

쇼핑을 마치고 나오던 이모씨(20대·학생)는 “부츠에 맥이나 어반디케이 등 로드샵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브랜드가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방문해봤다”면서도 “제품을 사려고 방문한게 아니라 구경하러 온 것 뿐”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 매장 내 마스크팩 진열대 (사진=김동준 기자)
올리브영 매장 내 마스크팩 진열대 (사진=김동준 기자)

◇ ‘대중화’ 택한 올리브영…전략 통하나?= 예술극장 사거리에서 명동성당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나오는 올리브영 매장의 외관은 부츠보다 눈길을 끌만한 요소가 부족했다. 매장 입지도 명동 중심부에서 살짝 외곽에 위치한 탓에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수는 훨씬 많았다. 올리브영이 부츠보다는 좀 더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명동에 오픈한 올리브영 매장은 총 2층으로 구성돼 있다. 총 1200㎡ 규모다. 1층은 뷰티, 2층은 헬스·바디케어와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다루고 있다.

매장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카테고리는 마스크팩이다. 앞서 부츠가 AHC 등 고급 브랜드를 매대 상단에 배치한 것과 달리 메디힐, 리더스코스메틱, 파파레서피 등 주로 1000~3000원대의 저렴한 브랜드들이 눈에 띄었다.

매장 안쪽에 위치한 색조라인도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은 대중적인 브랜드 일색이었다. 클리오, 케이트 등 3만원이 넘지 않는 색조 제품들이 위치해 있었다.

물론 로레알의 경우 3만원이 넘는(매직 쿠션 루미에르 42000원 / 라 팔레트 누드 37000원 등) 제품도 찾아볼 수 있었지만 전반적인 매장 포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올리브영 매장 내 남성 전용 카테고리 (사진=김동준 기자)
올리브영 매장 내 남성 전용 카테고리 (사진=김동준 기자)

올리브영은 부츠와는 달리 남녀노소 모두를 아우르는 매장 형태를 구성하고 있다. 매장 2층 오른편에는 남성 화장품 브랜드가 전면에 입점해 있었고, 생활잡화 전반을 다루는 카테고리도 존재했다.

‘for your MAN’이라 이름붙여진 남성 카테고리에는 단순한 기초 화장품부터 전자면도기, 면도크림, 왁스, 스프레이 등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초 제품은 DTRT나 우르오스 등 비교적 잘 알려진 대중적인 브랜드로 구성된 모습이었다.

라이프스타일 제품 전반을 다루는 카테고리도 있다. 비츠바이닥터드레, 제이버드, 필슨 등 유명 헤드폰·이어폰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에코백이나 러그 등 생활용품도 다뤄졌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애완동물 카테고리도 존재했다.

때문인지 올리브영의 계산대 앞은 인산인해였다. 고객들의 손에는 적게는 마스크팩 한두장에서부터 기초 화장품, 색조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이 들려 있었다. 남성 고객들의 비중도 부츠보다는 높은 편이었다.

쇼핑을 끝내고 매장을 나서던 한 남성 고객 김모씨(20대·학생)는 “남성의 경우 주로 화장품을 살때 백화점보다는 H&B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주로 매장 직원이 추천해주는 제품을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