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금감원 찾아간 삼부토건 노조 "KB부동산신탁 책임자 징계 요구"
결국 금감원 찾아간 삼부토건 노조 "KB부동산신탁 책임자 징계 요구"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4.03.1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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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사업장 '신탁수익금'·춘천 사업장 '공사 지연 대비 협상' 관련 진통
노조 "신탁사 우월적 지위 이용한 횡포·불법적 업무 처리로 회사 자금난"
부동산 금융업계선 "공기 연장 예상 추가 담보, 실무적으로 실현 어려워"
삼부토건 노동조합원과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KB부동산신탁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천동환 기자)
삼부토건 노동조합원과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KB부동산신탁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천동환 기자)

삼부토건 노조가 KB부동산신탁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법 행위를 했다며 금감원과 금융위에 민원을 냈다. 노조는 KB부동산신탁의 횡포와 불법적 업무 처리 때문에 삼부토건이 자금난과 임금 체납, 협력사 대금 미지급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B부동산신탁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행위 중단 조치, 책임자 징계를 요구했다. 부동산 금융업계에선 공사 지연을 우려한 KB부동산신탁이 실무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추가 담보 요구를 시공사에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정산 못 받아 임금 체납 위기

10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삼부토건지부(이하 삼부토건 노조)에 따르면 삼부토건 노조는 지난 5일 금융감독원에 KB부동산신탁 관련 민원신청서를 제출했다.

민원의 핵심은 'KB부동산신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 및 불법 행위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행위 중단 조치, 책임자 징계를 통한 재발 방지 조치'다.

KB부동산신탁과 삼부토건, 삼부토건의 자회사 삼부르네상스는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공동주택 사업과 '춘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 공동주택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냈다.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사업장에선 시행 위탁자인 삼부르네상스가 시행 수탁자인 KB부동산신탁에 신탁수익금 약 240억원 지급을 요구했다. 동시에 춘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 사업장에선 시행 수탁자인 KB부동산신탁과 시공사인 삼부토건이 준공 지연에 대비한 협상을 벌였다. 삼부토건은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시공사기도 하다.

천안 사업장과 춘천 사업장에 KB부동산신탁과 삼부토건, 삼부르네상스 간 이해관계가 얽힌 가운데 삼부토건 노조는 KB부동산신탁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와 불법적 업무처리로 삼부토건에 자금 부담을 떠안겼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금감원 민원신청서에 삼부토건이 자금난에 따른 임금 체불과 협력업체 대금 미지급 위기에 놓였다고 썼다.

민원신청서를 보면 삼부르네상스는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신탁계약 종료에 따라 KB부동산신탁으로부터 신탁수익금 약 240억원을 정산, 수령할 계획이었다. 수령한 신탁수익금으로 삼부토건으로부터 차입한 사업 자금을 상환할 예정이었다. 삼부토건은 삼부르네상스로부터 상환받은 대여금을 유동성 문제 해결과 협력사 기성금(중간 정산금) 지급, 현장 노동자 임금 지급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삼부토건 노조는 삼부르네상스와 삼부토건이 늦어도 지난달 20일까지 신탁수익금 정산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자금 집행 계획을 세웠는데 지급이 계속 지연돼 KB부동산신탁 관여 사업장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이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사업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신아일보에 "현재 신탁수익금은 240억원 정도 예상되는데 미지급은 아니며 신탁사업 업무가 최근 마무리 단계로 정산 절차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부토건 노조는 금감원 민원신청서에 '2024년 1월26일 수분양자들에 대한 건물 소유권이전등기 완료 및 미입주자들에 대한 계약 해제 절차가 완료되는 등 삼부르네상스와 KB부동산신탁 간 신탁 계약상 모든 책임을 완료했다'라고 밝혔다.

KB부동산신탁은 신탁사업 업무가 아직 남았기 때문에 신탁수익금은 미지급 상태가 아니라는 견해였지만 삼부토건 노조는 계약상 모든 일 처리가 끝났는데도 KB부동산신탁이 정산하지 않고 지급을 지연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천동환 기자)
(사진=천동환 기자)

◇ 62억원 상당 담보 요구

삼부토건 노조는 금감원 민원신청서에 KB부동산신탁이 천안 사업장과 별개인 춘천 사업장을 연계해 삼부토건에 부당한 확약서 동의를 요구했다고도 적었다.

노조가 금감원에 밝힌 춘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 사업 관련 확약서 주요 내용은 △삼부토건이 책임지고 사업관계자와 협의해 준공기한 및 신탁사 책임준공기한 연장 △추가 비용에 대한 시행사 협의가 안되면 삼부토건이 비용 부담 △올해 4월 말 기준 '춘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 사업 공정률 80% 미만이면 삼부토건이 62억원에 상응하는 담보를 KB부동산신탁에 제공 △삼부토건 책임으로 춘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 1단지 수분양자의 70% 이상으로부터 입주지연동의서를 올해 4월 말까지 수령하기로 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삼부토건이 62억원에 상응하는 담보를 KB부동산신탁에 제공 등이다.

이와 관련해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신아일보에 지난달 29일 "춘천 사업은 삼부토건의 책임준공 기한 경과가 확실시돼, 이에 대한 대책을 협의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금융업계에선 KB부동산신탁이 다소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 A씨는 "차입형 신탁 사업 구조에서 시공사는 단순히 시공만 맡았기 때문에 신탁사에 거의 대항력이 없다"며 "신탁사가 시공사에 공기 지연을 예상해 추가 담보라는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 추가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 건설사는 없다"고 말했다.

삼부토건 노조는 금감원에 민원을 낸 다음 날인 지난 6일 금융위원회에도 민원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조가 제기한 민원을 금감원이 제대로 조사하는지 금융위가 확인해달라는 취지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