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노조 "갑질 말고 240억 달라"…KB부동산신탁 "정산 준비 중"
삼부토건 노조 "갑질 말고 240억 달라"…KB부동산신탁 "정산 준비 중"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4.03.0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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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사업 신탁수익금 지급 두고 갈등
받을 쪽 "시기 지났다" 줄 쪽선 "아직 업무 남았다" 견해차
춘천 '다른 사업장 협의 건 영향 여부' 두고도 엇갈린 주장
삼부토건 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KB부동산신탁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천동환 기자)
삼부토건 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KB부동산신탁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천동환 기자)

삼부토건 노동조합이  KB부동산신탁에 갑질을 멈추고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신탁수익금 240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신탁수익금 지급 시기가 지났지만 KB부동산신탁이 다른 사업장 협의 건을 문제 삼아 지급을 미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부동산신탁은 천안 신방 사업장 업무가 아직 남았기 때문에 신탁수익금을 주지 않은 것이라며 업무 마무리 단계인 만큼 정산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반박했다.

◇ 시행·시공사와 신탁사 간 충돌

3일 부동산 서비스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작년 5월 충남 천안시 동남구에 830세대 규모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아파트가 최초 입주자를 맞았다.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보면 이 아파트는 코로나19 범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9월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확실 상황과 대규모 초기 미분양, 분양 계약자 중도금 대출 문제 등을 겪었지만 다행히 모집 공고문에 밝혔던 입주 예정 시기를 맞췄다.

우여곡절에도 무사히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 이 사업장에서 최근 사업 주체 간 다툼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는 삼부르네상스와 KB부동산신탁, 삼부토건의 합작품이다. 삼부르네상스는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건설·분양 사업을 일으킨 시행자다. 그런데 시행 업무를 직접 하지 않고 KB부동산신탁에 위탁했다. 이에 따라 KB부동산신탁은 삼부르네상스로부터 시행 업무를 수탁해 사업 주체 역할을 했다. 삼부르네상스를 자회사로 둔 삼부토건은 아파트 공사 업무를 수행했다. 

논란은 '시행사인 삼부르네상스가 수탁자인 KB부동산신탁으로부터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사업 관련 신탁수익금 약 240억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삼부토건지부의 주장에서 시작한다. 수탁자인 KB부동산신탁은 신탁 업무를 마무리하고 위탁자인 삼부르네상스에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사업 관련 수익금 약 240억원을 줘야 한다.

돈을 받아야 할 법인은 삼부르네상스인데 문제를 삼부토건 노조가 제기한 이유는 사업 위탁자인 삼부르네상스와 시공사인 삼부토건이 계열사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삼부르네상스와 삼부토건이 한 편을 이뤄 KB부동산신탁과 맞서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다만 삼부토건 측이 회사 차원에서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는 건 부담이기 때문에 삼부토건 노조가 나선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신탁 누리집에 있는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분양 정보 중 일부. (자료=KB부동산신탁 누리집)
KB부동산신탁 누리집에 있는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분양 정보 중 일부. (자료=KB부동산신탁 누리집)

◇ 같은 사건 다른 해석

대부분 논란과 분쟁이 그런 것처럼 이번 건에도 관련자 간 견해차가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 신탁수익금 240억원을 지급할 때가 지났느냐, 아니냐에 대한 해석부터 다르다. 삼부토건 노조는 지난 1월26일자로 삼부르네상스가 KB부동산신탁과 맺은 신탁 계약상 모든 이행 사항을 완료했고 이에 따라 신탁계약이 종료됐으므로 신탁수익금 지급 시기가 지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KB부동산신탁은 신아일보에 신탁 사업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탁수익금 정산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신탁수익금 지급 시점 역시 지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삼부토건 노조는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신탁수익금 지급과 관련해 KB부동산신탁이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와 관련 없는 강원도 춘천시의 '춘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 사업을 볼모로 잡았다는 주장도 했다. 춘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는 KB부동산신탁이 사업 시행 수탁자, 삼부토건이 시공사로 참여한 사업장이다.

삼부토건 노조는 KB부동산신탁이 춘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의 공사 기간이 길어질 때를 대비한 책임준공 연장과 입주 예정자 대상 입주 지연 동의서 수령 등을 삼부토건에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62억원에 상응하는 담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삼부토건 노조 관계자는 "한 신탁사가 사업장 두 개를 연결해서 이쪽 신탁 자산을 다른 쪽에 귀속시킨다든지 하는 것은 법에서 금지하고 하고 있다"며 "여기서는 이익이 발생하고 저기서는 장래에 손실이 발생할 것 같아서 1번 사업장(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의 여유 자금을 2번 사업장(춘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에 책임 귀속시키는 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삼부토건 노조가 근거로 제시한 신탁법 제34조에 따르면 수탁자는 여러 개의 신탁을 인수한 경우 하나의 신탁재산 또는 그에 관한 권리를 다른 신탁의 신탁재산에 귀속시키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KB부동산신탁은 춘천 삼부르네상스 더테라스 사업장의 책임 준공 기한 경과가 확실시되는 상황이어서 관련 대책을 시공사와 협의 중이라며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신탁수익금 정산 절차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부토건 노조는 춘천 사업장 관련 협의 상황이 천안 사업장 신탁수익금 수령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지만 KB부동산신탁은 천안 사업장 자체 업무가 남았다고 주장한다.

삼부토건 노조는 지난달 29일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KB부동산신탁 본사 앞에서 천안 신방 삼부르네상스 사업 신탁수익금 지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신탁수익금 240억원을 수령하지 못해 삼부토건 계열사들에서 심각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현장 노동자 임금 체불도 우려된다고 하소연했다.

삼부토건 노조는 이번 사건에 대해 금융감독원 고발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KB부동산신탁은 사업 주체 간 협의를 지속하면서 정해진 절차대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