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떠난 병원… 환자만 남았다
전공의 떠난 병원… 환자만 남았다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4.02.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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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절반 이상 사직서 제출… 수술취소 등 환자들 불편 가중
윤대통령, “의사파업 역사 반복 안 돼… 의료개혁 늦출 수 없어”
(사진=연합뉴스)
의사 가운 벗어든 전공의들 (사진=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면서 환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파업으로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주는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의대 증원 추진을 굽히지 않겠다는 각오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현재 주요 수련병원 100곳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전 6시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이 현실화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본격화 됐다. 병원 곳곳에서 수술과 입원이 연기되고, 퇴원은 앞당겨지는 등 환자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고관절 골절상을 당한 80대 환자는 서울대·한양대·경희대 등 대학병원들로부터 전공의 파업을 이유로 수술을 거부당했고,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오는 26일 수술 예정이었던 갑상선암 환자는 수술이 취소됐다는 소식에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들은 일단 전공의들의 빈자리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대응할 예정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가동되는 비상진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대략 2∼3주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특히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전공의들은 지난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8월7일 한차례 총파업을 벌였고, 같은 달 14일 대한의사협회의 총파업에 참여했다. 이후 같은 달 2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에도 수술 취소, 진료 차질 등 ‘의료대란’이 벌어졌고, 결국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지 2주 만에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특히 ‘파업’ 개념이었던 2020년과 달리 이번에는 ‘사직’인 만큼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의료계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게 환자 곁을 떠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법대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라며 “여러분이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파업 때마다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곤란을 겪었다”며 “정부는 또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이런 역사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의대 증원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금까지 의사 증원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지난 30여년 동안 실패와 조절을 거듭해 이제 실패 자체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대한민국 의료 역량은 세계 최고지만 환자와 국민이 지역에서 마주하는 의료서비스 현실은 너무나 실망스럽고 어떻게 보면 비참하기 짝이 없다. 의료인들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의료개혁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