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주, '도급'서 '개발'로 패러다임 전환 추진
해외건설 수주, '도급'서 '개발'로 패러다임 전환 추진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4.02.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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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도급 비중 90% 이상…진입장벽 높지 않아 경쟁 치열
민관협력 사업 등 적극 추진해야…정책자금 지원 확대 필요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DDP에서 열린 '원팀코리아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 (사진=국토부)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DDP에서 열린 '원팀코리아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 (사진=국토부)

정부가 단순 도급 사업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구조를 개발형 사업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경쟁이 치열한 도급 사업 비중을 줄이고 민관협력 사업 등 민간 투자를 통한 개발사업 비중을 늘려 질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정책자금 지원 등을 확대하고 PPP 사업에 더욱 전문성이 있는 KIND가 수주 지원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토부는 서울시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해외 건설 관계자들과 '원팀코리아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언제까지 발주기관 입찰에 참여해 우리 기업끼리 경쟁하면서 수주하는 패턴을 가져갈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기회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진 해외 도시개발 수요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단순 도급 사업에 집중돼 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에 관한 고찰과 향후 방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 중 도급형 비중은 지난해 95.6%에 달한다. 반면 개발형 비중은 지난 2021년 10.1%를 기록한 뒤 2022년 3.3%, 작년 4.4%로 다시 뒷걸음질 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급형 사업은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복잡한 대규모 산업 설비와 인프라 시설을 제외하면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수주 경쟁이 심하다.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핵심 경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 

현재 △중국과 튀르키예 등 후발 기업의 저가 수주에 따른 가격경쟁력 열위 △중국 정부의 개발도상국 대상 경제 개발 원조 △신흥국 기업과의 기술격차 축소 등으로 수주 경쟁은 심화하는 실정이다.

주요 수주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막대한 규모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따내고 있다. 다수 건설기업이 공기업인 중국은 저가 수주를 통해, 일본은 현지화와 기업 금융 경쟁력 우위를 내세워 해외 건설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앞으로 해외건설시장은 기존 도급형 사업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을 가속할 전망이다. 인프라 개발 자금은 전통적으로 국채 발행 등 정부 재정으로 충당해 왔지만 전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 지속과 정부 부채 급증 등 문제로 인프라 개발을 위한 재원 조달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관협력 사업(PPP) 등 민간 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하는 모습이다.

중동 산유국들도 유가 하락에 대비하고 재정 운용 탄력성을 확보하고자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PPP 발주 방식 도입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립민영화센터' 설립과 '민간 부문 참여법' 제정 등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6일 원팀코리아 타운홀 미팅에 참여한 건설사 관계자들은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를 위해 금융과 정부 정책자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인프라 건설 분야 PPP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 간 수출(G2G) 사업을 전담하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대신 인프라 부분 투자와 PPP 사업에 전문성을 가진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화랑 부연구위원은 "대규모 PPP 사업에 대한 G2G 수출계약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인프라 건설 분야에 한해 '대외무역법' 제32조 3을 예외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트라가 수출 진흥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긴 한데 인프라 부분에 대한 전문성은 조금 떨어지다 보니까 이런 부분을 더 전문적으로 하기 위한 KIND로 역할을 이관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65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국내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총누계액은 약 9653억달러로 1조달러까지 347억달러가량을 남겨뒀다.

south@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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