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혼란의 압구정 3구역…신통기획 어디로?
[기자수첩] 혼란의 압구정 3구역…신통기획 어디로?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07.23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을 통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압구정 3구역이 서울시와 조합 간 마찰로 혼란에 빠졌다. 300억원 규모 설계 공모 과정에 참여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신통기획상 용적률 상한을 넘어선 용적률 360%와 소셜믹스를 포함하지 않은 계획안을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는 사태를 파악하고 즉각 강경 대응에 나섰다. 지난 11일 희림건축과 나우동인건축이 시가 제시한 용적률 등에 부합하지 않는 설계안을 제시해 조합원을 현혹했다며 사기미수와 업무·입찰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을 통해 "설계사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시 공공계획과 전혀 다른 안으로 일단 설계 공모 당선을 목표로 하는 과대포장, 무책임한 낚시성 계획안으로 공정한 경쟁이 돼야 하는 것을 이전투구로 만드는 것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설계 공모 절차 중단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압구정 3구역 조합은 지난 15일 설계업체 선정 총회를 강행했고 희림건축 컨소시엄은 총회 당일 용적률 300%를 적용한 안을 제시해 설계권을 따냈다. 이에 서울시는 투표 결과가 무효라며 재공모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설계사 선정 투표에서 탈락한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도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나서며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달 현재 신통기획을 추진 중인 사업지는 총 82곳에 달한다. 이 중 44곳은 신통기획을 확정했고 38곳은 기획·자문 단계에 있다. 압구정 3구역은 신통기획을 추진 중인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상징성이 있는 곳인 만큼 서울시 입장에서도 초반부터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 나머지 신통기획 단지들도 본래 취지를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21일 'YTN 이브닝뉴스'에 출연해 "앞으로 모아타운까지 해서 재건축, 재개발해야 될 데가 100군데가 넘는다"며 "이번에 시장 질서를 확실하게 잡지 않으면 계속해서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칼을 빼 들었다"고 말하며 시의 적극적인 조치에 힘을 실었다. 

신통기획은 그간 정비사업 추진이 더뎠던 서울시 내 노후 주거지 개선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보와 소셜믹스, 공공기여 등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갖고 탄생했다. 인허가 과정 단축은 이를 위한 인센티브다. 

신통기획을 추진 중인 사업지들이 혜택에 걸맞는 의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신통기획이 본래 취지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이번 압구정 3구역 사례와 같이 서울시가 적극적인 관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south@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