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빚 또 늘었다…1년새 1조2000억원 증가
취약차주 빚 또 늘었다…1년새 1조2000억원 증가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07.03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규 연체자 59%…전체 가계 빚은 감소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청년 대출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청년 대출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신아일보DB)

취약차주 빚이 또 늘었다. 1년 새 1조원 넘는 규모의 빚이 불어났다. 빚을 내 빚을 돌려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은행이 진선미 국회의원(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취약차주 대출잔액은 94조8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말 93조6000억원 대비 1년 새 1조2000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취약차주 1인당 대출 잔액도 지난해 7495만원에서 7582만원으로 87만원 증가했다.

취약차주는 세 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 중 신용등급이 7~10등급으로 낮거나(저신용), 소득이 하위 30% 이하인 저소득층 대출자를 말한다.

특히 이 기간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들면서 최근 취약차주 대출잔액 증가는 서민 경제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1분기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69조7000억원)과 비교해 24조4000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대출자 1인당 가계대출 잔액 역시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9376만원에서 올해 1분기 말 9334만원으로 42만원 감소했다.

이처럼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 배경은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으로 빚을 내는 속도와 규모가 줄어든 여파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취약차주 빚은 증가한 것은 대출을 갚기 위해 빚을 낸 취약차주가 늘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액이 크기 때문에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도 있지만, 갚아야 할 돈을 마련하지 못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례도 적지 않은 만큼, 취약차주 대출 증가는 ‘빚을 빚으로 해결하는 상황’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취약차주 중심으로 대출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된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7%로, 지난해 같은 기간(0.5%)보다 0.2%포인트(p) 높아졌다.

또 지난해 하반기 중 새롭게 생긴 연체 차주와 이들의 연체 잔액을 보면 각각 58.8%와 62.8%는 취약차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달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취약차주로부터 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취약차주와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날 수 있어 가계대출 연체율도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2020~2021년 중 저금리 환경, 정책 지원 조치로 잠재돼 있던 가계대출 부실이 현재화하고 누적돼 금융기관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