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친문'으로 통한다?… 與 주류, 여전히 '조국 사태' 부정
모든 길은 '친문'으로 통한다?… 與 주류, 여전히 '조국 사태' 부정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4.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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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끝난지 일주일… 민주당, 여전히 책임론 두고 갑론을박
친문·주류 의원들 "조국 지키기 노력… 재보선 패배 원인 아냐"
비주류·소장파, 강경층 질타… 조국 사태엔 "패배 요인 중 하나"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모두 참패한 것으로 예측된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 당직자들이 대부분 떠나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모두 참패한 것으로 예측된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 당직자들이 대부분 떠나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4·7 재·보궐 선거가 끝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더불어민주당 안에선 '친문'과 '탈친문'을 두고 자중지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당내 '책임론'을 두고 주류는 "분열하면 안 된다"고 압박하는 반면 초선과 비주류 안에선 여전히 "쇄신해야 한다"고 맞서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차기 민주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홍영표 의원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일각에서) 책임론을 얘기하는데, 당 지도부가 사퇴했다"며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반성하고 어떤 혁신을 할 것인가를 놓고 당이 중심이 돼 당정청이 함께 고민해 나갈 문제"라고 일축했다.

홍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맡았던 당의 4선 중진이다. 민주당 내 친문 핵심 '부엉이 모임'을 주도하기도 했고,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과 검찰개혁 법안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여부를 놓고 육탄전을 부르기도 했다.

홍 의원이 이번 발언은 친문에게 책임을 묻기보단 당이 개선해야 할 방향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원내대표에 도전한 윤호중 의원도 계파론을 일축하고 단결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윤 의원은 전날 원내대표 후보자 대국민 공개토론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 비위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이 임명한 조 전 장관을 지키는데 우리 당이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서 20·30대 청년층의 비난을 샀다"며 "그러나 이미 1년 반 전에 진행된 사건이고, 지난해 (21대) 총선을 통해 충분히 국민의 평가와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날에는 민주당 초선 의원과의 토론회에서 "의원총회를 통해 추천하는 의원을 원내부대표로 임명해 여러분의 의견을 항상 듣겠다"며 "계파가 아닌 당을 위해 실천하겠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달래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두관 의원도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노·친문 프레임(관념)은 보수 언론이 가장 즐기는 프레임이며, 우리를 분열시키는 프레임"이라며 "자꾸 이 프레임에 넘어가면 안 된다. 그저 반목과 질시만이 남을 뿐"이라고 훈수했다.

이같은 발언은 편 가르기와 분열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당내 분열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만은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때문인지 김 의원은 "우리가 분열하고 패배할 때 노 대통령을 잃었다"며 "모두가 그 분을 손가락질 할 때 우리는 그저 지켜봤고, 그 분도 잃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또 그런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되고, 반성도 변화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선 의원 사이에서도 평가는 여전히 갈린다. 일부 초선이 조 전 장관 사태를 시인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갈등 등을 패배 요인으로 꼽았지만, 다른 한 쪽에선 이를 부정하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SNS를 통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주요한 민심은 부동산 정책 실패와 코로나19로 인한 무너진 서민 경제 회복"이라며 "검찰개혁과 조국 수호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한가롭게 2년 전 이슈(사안)를 가지고 해묵은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 부동산 등 먹고 사는 민생 문제 해결을 고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조국 사태와 관련해 "당시 민주당이 '조국 수호'를 외쳤던 것이 아니다"라며 "당시 민주당은 조국 수호를 외쳤던 건 아니고, 눈치를 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냥 평범한 일반 시민이 거리로 나와서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외치던 상황이었다"고 말했.

그러면서 "당시 국민이 조국 수호를 외쳤고, 꺼져가던 검찰개혁 불씨를 살렸던 게 평범한 국민"이라며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에 대해 민주당이 국민에게 큰 빚을 졌다. 그 문제를 이번 선거 패배에 주요한 원인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추측했다.

진보 강성 지지층 역시 당 안에서 터져나오는 쇄신론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들은 지난 9일 반성문을 발표한 민주당 초선 5명에게 대량의 항의 문자를 보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장파와 비주류는 여전히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일부 초선 의원이 용기를 내 당 쇄신을 위한 불길을 지폈는데, 불과 며칠 만에 어렵게 타오른 쇄신의 불길이 매우 빠르게 식고 있다"며 "초선 발표 이후로 (당내에서 쇄신이) 논의되고 있는데, 구체성 있는 반성이나 쇄신안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최고는 또 "조국 사태만으로 패배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여러 패배 원인 중 하나의 요인인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쓴소리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보는 정당이란 믿음이 있었는데, 그 믿음이 흔들린 시발이 된 사건"이라며 "이 시발이 된 조국 사태에 대해선 분명하게 판단하고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최고는 "이 상태로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선거가 문제가 아니라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이라며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상당히 신뢰를 잃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쇄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내세웠다.

조응천 의원도 같은 날 SNS에서 "당 쇄신을 가로막는 폭력적 언행을 수수방관 할 것이냐"며 "우리 당 주류 세력은 기득권을 붙잡고 변화를 거부하며 민심보다는 소위 '개혁'에 방점을 두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아 솔직히 힘들다"고 전했다.

덧붙여 "성역화 된 조 전 장관에 대한 문제는 요 몇 년 보수정당의 '탄핵'과 같이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을 아킬레스건(약점)으로 작동할 것 같다"고 경고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