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수능개편] 절대평가 결론 못내고, 학습 부담은 더 키우고
[2021 수능개편] 절대평가 결론 못내고, 학습 부담은 더 키우고
  • 이현민 기자
  • 승인 2017.08.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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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개편안' 지적… 시행 무리 적은 4과목 절대평가안 유력
통합사회·통합과학 포함에 출제과목 ↑… '통합' 효과도 미지수
▲ 교육부가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한 10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거리에서 학생들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교육부는 10일 학생 부담 완화와 동시에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절대평가의 전면 도입 여부에 대해선 정작 칼자루를 쥔 교육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해 반쪽짜리 개편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절대평가 범위 확대와 동시에 출제과목도 늘어나는 양상이어서 실제 수험생들의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내놓은 개정안에 따르면 수능 과목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7개로 구성됐고, 이 가운데 몇 과목을 절대평가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1안은 통합사회·통합과학과 제2외국어/한문 과목까지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며, 2안은 7개 과목 모두를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다.

교육부는 두 가지 안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그간 시안 마련을 위해 교사, 학부모, 입시전문가, 대학 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라는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했으나, '대입 안정성 위해서는 적용 범위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11일부터 4차례 권역별 공청회를 거쳐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시안 마련 과정에서도 여론이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한 점을 감안하면 공청회는 최종안 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 직후 수능 절대평가가 전면 도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변별력 약화, 대학 본고사 부활 등 우려가 나오면서 보수뿐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결국 교육부는 선택의 칼자루를 휘두르기는커녕 놓아버리고 말았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학습 부담 경감, 경쟁 완화를 위해 내놓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 공약이 현실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여론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대입 제도인 만큼, 정부가 제시한 2가지 안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시행에 무리가 덜한 4개 과목만 절대평가하는 1안이 채택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박춘란 차관이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논란의 여지는 또 있다. 당초 교육부는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학생들은 새 교육과정에 따라 통합사회·통합과학이라는 새 부담거리가 생겼다.

교육부는 올해 치러지는 2018학년도 수능과 비교해 탐구영역이 1과목 줄고 통합사회·통합과학 1과목이 늘어 응시영역 수가 똑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학교에서 따로 수업하는 별개 과목이다.

특히 통합사회는 현행 일반사회·지리·윤리·역사, 통합과학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에서 배우는 내용을 융합한 것이다.

기존에 8개 과목에서 배운 개념을 합쳐놓은 영역이므로 학생들은 사실상 8개 과목을 공부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문과 성향의 학생들은 기존에 수능에서 피할 수 있었던 과학분야를, 이과 학생은 사회분야를 공부해야 한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학습량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교육계에서 문·이과 통합 효과가 크지 않고 사교육 억제 등에도 별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모든 학생이 치르게 되지만 탐구영역 또한 일반선택과목 1과목을 택하는 체제로 현행과 비슷해 문과 학생들은 사회탐구를, 이과 학생들은 과학탐구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고1은 사회·과학을 함께 배우고 이를 수능에도 반영함으로써 융복합이라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이것만으론 고교 교육에 뿌리 깊은 문·이과 장벽을 깰 수 있을지에는 의문표가 붙는다.

수능 과목이 실제로는 현행보다 늘어나 수험생 입장에서는 심리적 부담감이 커질 수 밖에 없고, 대학이 수학 가형과 과학탐구 선택과목을 요구할 경우 문·이과 체제는 사실상 유지되는 이번 개편안의 성공여부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신아일보]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