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방패'를 특검 '창'이 뚫을까
삼성의 '방패'를 특검 '창'이 뚫을까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8.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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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이재용 승계 위해 박근혜에 청탁"
삼성 "최씨 모략으로 정유라 승마지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사건의 재판이 7일 마무리되면서 선고만을 남겨두게 됐다.

지난 2월 28일 기소 이후 160일 동안 53차례 진행된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이 이때까지 제출된 증거나 증언들과 얼마나 더 부합하는지를 따져 이달 말로 예정된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운명을 결정지을 예정이다.

이에 재판부가 주목하는 이재용 공판의 쟁점을 살펴봤다.

◇ 삼성, 이건희→이재용 경영권 승계 노렸나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합병 등의 시나리오를 짰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3차례 독대에서 현안을 박 전 대통령과 공유했고, 재단과 최순실씨측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 것은 경영승계 청탁의 대가라는 것이 특검 측의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 하는 배경으로 특검팀은 2014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쓰러진 점을 지목했다. 삼성으로선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특검 측의 논리다.

따라서 그 일환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등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런 '승계 작업'의 주장은 이 회장이 엄연히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의 경우 이미 그룹 안팎에서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어 지배권 강화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으며, 합병 비율도 자본시장법 규정을 따른 것인 만큼 법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 이재용은 대통령에게 부정청탁을 했나

특검팀은 삼성의 경영승계 현안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라는 은밀한 방식을 통해 부정한 청탁과 뇌물 요구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5년 8월 코어스포츠와 승마 지원 관련 213억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7월까지 78억원을 송금했다. 코어스포츠는 최씨가 실소유한 회사다.

특검은 삼성이 박 전 대통령 요구로 출산 후 독일로 이주한 정씨를 지원하기 위해 이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승마 유망주 지원'은 허울일 뿐이라는 것.

이에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현안을 승계 작업이 아닌 일반적인 경제 현안으로 받아들였을 뿐이라며 독대 당시 '승계 작업'이란 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코어스포츠와의 용역 계약은 올림픽 지원을 위한 정당한 계약이라고 항변했다. 뇌물을 건넸다고 볼 직접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정씨에 대한 지원 역시 최씨의 '모략'으로 당초승마 지원 계획에서 변질됐으며,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는 입장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최순실·정유라 존재 언제 알았나

박 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를 이 부회장이 최씨에 대한 지원으로 언제 인식했는지도 쟁점이다. 이는 삼성이 최씨의 존재를 언제 알게 됐는지와 관련이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들이 2014년 9월 1차 독대 때부터 최씨나 정씨의 존재를 알았다고 본다.

그해 4월 안민석 의원이 당시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 딸(정유라)의 '공주 승마'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된 만큼 삼성 관계자들도 정유라가 승마선수임을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정유라 두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지난해 8월 언론에 삼성의 승마 지원 의혹이 보도될 즈음이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나 장충기 전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은 박 전 대통령의 질책 이후 승마 지원에 나서면서 최씨의 존재와 영향력을 알았지만, 이런 사실을 이 부회장에겐 얘기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 "이재용이 범행 주도" VS "미전실 결정일 뿐"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위상에 대한 특검과 삼성 측의 시각도 첨예하게 엇갈린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총수로서 미래전략실을 통해 그룹 내 모든 의사결정을 하고 있으며 경영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 등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삼성은 이 부회장이 그룹 후계자이지만 총수는 아니기 때문에 미전실 업무에 개입하지 못하며, 최 전 실장이 미전실 최종 결정권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특검은 최 전 부회장이 자신이 미전실의 모든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총대메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삼성 측 변호인은 "특검은 미전실의 관여에서는 이 부회장을 회장으로 보면서 경영승계와 관련해서는 회장이 아니기 때문에 승계를 위해 청탁을 했다고 하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이다"라고 맞섰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