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3%대 성장 '파란불'…'내수 회복'이 관건
한국 경제 3%대 성장 '파란불'…'내수 회복'이 관건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6.0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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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1.1% 성장 이끈 수출·투자 하반기 위축 전망
정부, 11조 추경 편성해 일자리 11만개 창출 추진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년 반 만에 1%대를 돌파한 가운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가속도를 내면서 올해 3%대 성장률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3%대 성장률을 기록한 건 지난 2014년(3.3%)이 마지막이다.

전문가들은 1분기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이 하반기 소폭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며, 추경 등으로 인한 내수 회복이 우리나라의 3%대 경제성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 한국은행과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높인 데 이어 LG경제연구원도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수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6%로 상향 조정했고, 한국금융연구원도 2.5%에서 2.8%로 높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2.6%에서 2.7%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더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다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지난 4월 전망한 2.6%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달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부의 추경으로 인한 성장률 제고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인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성장률이 3%대로 올라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 경제성장의 동력, 수출과 투자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수출과 이에 따른 투자가 이끌었다.

지난달 통관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45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4% 늘었다.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 9월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일 ‘2017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을 통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 이상 증가한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유행에 따른 기저효과로 1.3% 성장률을 기록했던 지난 2015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메르스 이후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집행된 효과였다.

올해 1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2.1% 증가했다. 최근 세계 스마트폰 등 전기전자(IT) 기기의 사양이 높아지며 국내 반도체 수출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1분기 깜짝 실적을 이끌었다. 건설투자의 경우 전 분기 대비 6.8%나 늘어 지난해 1분기(7.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4.4%로, IT 경기가 호전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 등에서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선 영향이다.

 

◇ 낙관은 일러...여전한 걸림돌 '내수'

그러나 아직 경기를 낙관하기만은 이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와 같은 호조세를 지속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 국제유가 하락의 기저효과가 소멸되면서 수출단가의 기여도가 하락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허진욱 연구원은 “국제유가의 기저효과 소멸로 전체 수출증가율은 상반기 중 전년대비 약 15%에서 하반기 8~10%내외 수준으로 안정화될 전망”이라며 “다만 반도체 등 주요 IT제품 가격의 상승 사이클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간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내수는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4%로 작년 4분기(0.2%)보다 올랐지만, 작년 2분기(0.8%)나 3분기(0.6%)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경제활동별로는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자영업자들과 밀접한 서비스업 성장률이 0.2%에 머물렀다.

한화투자증권 권희진 연구원 “부진한 국내 소비는 하반기에도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수출과 투자가 주도하는 경기회복이 가계소득 증가로 확산되지 않고 있고, 가계부채가 소비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추세적인 개선을 나타내기는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또한 올해 1분기 소비지표가 일정 부분 개선됐지만 여전히 취약한 성장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부문의 핵심인 소비지표가 일정 부분 개선됐지만 민간소비가 아닌 주택시장 호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 일자리 창출, 경제 선순환 출발점

다만,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은 내수 회복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강조했던 '일자리 창출'에 추경 11조2000억원을 편성하고 본격적인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정부는 올해 추경으로 공무원 1만2000명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 7만1000개, 고용서비스와 창업지원 등을 통한 민간 일자리 3만000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신증권 박형중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거시 재정정책의 큰 틀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본다면 실제 재정이 투입되기 시작하는 하반기부터는 지금껏 부진했던 내수부문에서 가시적 성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등으로 수출에 이어 내수가 살아날 경우 전체 경제 상황이 본격적인 경기 회복국면으로 진입하는 소프트 패치(soft patch)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경제의 불안요인들을 제거하고 본격적인 경기회복국면으로 안착시키려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상 출발점을 투자 및 고용의 확대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경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재정집행의 적시성 확보와 구체적인 타겟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경의 타겟팅이 정부가 표방하는 ‘일자리’ 중심의 거시적인 지표와 함께 그동안의 불황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라는 미시적이고 구체성을 가져야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동시에 재정지출의 누수를 방지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조기 집행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