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도 부인입장이냐" 재판부 질문에 朴 "네"
"피고인도 부인입장이냐" 재판부 질문에 朴 "네"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5.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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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재판서 혐의 전면 부인… 검찰 공소사실 조목조목 반박
전두환·노태우 이어 역대 세 번째 '피고인 된 전 대통령'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53일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구속 상태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수의 대신 남색 정장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최씨와 신동빈 회장도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검찰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이원석·한웅재 부장검사 등 8명이 출석했고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상철·유영하·채명성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은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개인적 친분 관계를 맺어온 최씨에게 국가 기밀을 전달해 국정에 개입하게 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이 사사로운 이익 취득을 위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재벌과 유착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나란히 앉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대기업 출연금을 받았다는 뇌물수수 혐의 동기가 없고 △ 최순실과 언제 어디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에 대한 설명이 없으며 △ 형사사건으로서 증거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 공소장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어떻게 공모해서 삼성에서 돈을 받았는지 설명이 빠져있다"고 반박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 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대통령 지시로 재단이 설립됐다는 기본 전제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대기업들이 출연을 안하면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고 하지만 어떤 경위로 어떻게 협박과 폭행을 해서 재단을 출연하게 했다는 것인지는 나와있지 않다"고 따졌다.

SK, 롯데그룹 측에 뇌물을 요구한 혐의에는 "어떤 부정청탁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도 "어떤 것도 보고받은 적이 없고 지원배제시키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시켜 청와대 기밀 문건을 최씨에게 유출하게 했다는 혐의에도 "연설문 표현 문구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은 있지만, 인사 자료 등을 최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재판장이 "피고인도 부인입장이냐"고 묻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재판장이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으나 "추후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모두진술 절차를 끝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최씨 사건 재판을 병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사실이 18가지로 방대한 데다 1심 구속 기한이 최대 6개월로 한정된 만큼 신속히 심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