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美금리 인상 ‘복병’ 만나나
한국 수출, 美금리 인상 ‘복병’ 만나나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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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앞두고 외화 빠져 나갈 수도

▲ 은행원이 달러를 검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국내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압박으로 시장 금리가 오를 경우 사상 최악인 가계부채를 자극해 소비심리가 더 오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외화유출이 가속화할 경우 한국 등 신흥국 경기도 위축돼 회복세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14∼15일(이하 현지시간) FOMC가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노동부는 2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전월에 비해 23만5000명 늘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는 1월 증가폭인 22만7000명과 시장 전망치 19만명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미국 2월 실업률도 4.7%로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졌다.

연준은 고용 상황 등을 참고해 정책금리를 정한다. 최근 고용지표를 보면 FOMC가 이번에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지의 관측이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한국 금리도 인상 압박을 받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25%로 지키면서 8개월째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국내 경기 부진이나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금리를 올릴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 금리와 격차가 줄어 외국 투자 자본 유출 등의 위험이 생기면서 금리 인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압력은 이미 시작된 시중 금리 상승세를 강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으로 1월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39%로 전월에 비해 0.10%포인트 올랐다.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부터 5개월째 높아져 2015년 2월 이후 제일 높은 수준이다.

이런 움직임은 1344조원이나 되는 가계 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부채 원리금 상환액 부담이 가처분소득의 절반 가까이에 육박하는 한계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에 비해 많으며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지난해 14.7%나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게 되면 둔화 중인 소비심리는 더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경제계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정부의 내수 활성화 대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정부부채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 시작되면 경기 부진으로 가계 소득과 정부 세입이 줄게 되고 부채 상환 능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5년 공공부문 부채(D3)는 1003조5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6조2000억원 증가했다.

미국 금리 인상 때문에 외화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아직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았음에도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돈이 이동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외 채권형 펀드 자금 유출입을 조사한 결과 올해 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6일 기준 1조124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2015년 12월 말 77조3000억원이던 순 자산이 지난해 9월말 101조1000억원까지 늘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최근 6개월 동안 3조9973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국내 채권형 펀드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모습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1년 국채금리가 25bp(1bp=0.01%포인트)오르면 한국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3개월 후 3조원 유출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의 외환보유고 등 대외건전성을 감안하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유출이 당장 큰 타격을 줄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기대 이상으로 빨라지면 외환 유출 속도도 올라갈 것이고, 한국 등 신흥국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까지 미국 내 전문가들은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를 2회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연준 위원들의 통화 긴축 선호 발언 등으로 최근에는 3회 인상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빚더미에 오른 신흥국 기업들이 원리금 상환과 만기 연장에 곤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금리가 오름에 따라 신흥국 장기채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에 나설 경우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실물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신흥국 경기 위축은 수출 회복세가 꺾이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신흥국 경기 위축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일본을 환율조작국이라고 지목하는 등 달러 강세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어 이것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정부도 이번 FOMC에서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보면서도 인상 후 나올 시장 반응을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경우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 볼 계획이다.

만일 시장 불안이 커지면 미리 준비한 비상계획을 가동해 시장안정조치를 취한다.

정부는 시장이 이미 금리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어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