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연루 北리정철, 기소냐 추방이냐
‘김정남 암살’ 연루 北리정철, 기소냐 추방이냐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3.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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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배후규명 갈림길… 암살공모 입증여부 관건
현지 언론, 증거 부족 추방 전망 보도 잇따라

▲ 경찰서로 연행되는 리정철.(사진=우투산 멜라유 베르하드/연합뉴스)
김정남 암살사건 연루 혐의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북한 국적 용의자 리정철(47)의 기소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일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17일 경찰에 체포된 리정철의 구금 기간이 3일 만료됨에 따라 현지 경찰은 이날까지 그의 기소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리정철은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병을 확보한 유일한 북한국적 용의자다.

특히 북한 배후설을 밝히는데 중요한 인물이지만 범행에 관여한 증거가 크게 드러나지 않아 추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9) 등 김정남 암살을 실행한 2명의 외국인 여성을 살인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 출국장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김정남의 얼굴에 발라 숨지게 하는 과정에서 촬영된 CCTV 영상과 김정남의 시신에서 검출된 VX 등이 증거가 됐다.

반면 리정철의 경우 범행에 직접 개입한 증거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공개된 그의 혐의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범행 당일 평양으로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도와준 것이다.

당시 공항 CCTV에는 달아난 4명의 용의자가 리정철의 차량을 이용하는 장면이 찍혔다.

하지만 리정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량이 사라졌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리정철이 2명의 외국인 여성 용의자들에게 범행을 지시하거나 이들이 사용한 VX의 제조 또는 반입에 관여한 의혹을 경찰이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입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약학과 화학 전문가인 그는 현지 건강보조식품업체 ‘톰보 엔터프라이즈 SDN’에서 일하지 않으면서도 서류상으로는 IT부문 직원으로 취업해 이민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경찰이 김정남 살해 범행 공모 또는 지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구금 기간 만료와 함께 풀려나거나 이민법 위반으로 추방될 가능성이 있다.

현지 언론에서도 리정철이 기소되지 않고 풀려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더 선 데일리’는 2일 자에서 소식통을 인용해 리정철이 ‘증거부족’으로 석방된 뒤 이민법 위반 혐의로 추방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방일보와 싱가포르의 유력 TV인 채널 뉴스 아시아 등도 리정철의 추방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말레이 경찰이 리정철을 석방할 경우 북한 배후설을 밝히는데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주요 용의자 또는 연루자로 지목된 8명의 북한 국적자 중 리지현(33), 홍송학(34), 오종길(55), 리재남(57) 등 4명이 사건 당일 출국해 이미 평양으로 도피했다.

또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 리지우(일명 제임스, 30) 등은 아직 신병확보도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현광성은 면책특권을 가진 외교관 신분으로 사실상 말레이 당국이 조사할 수 없다.

지난달 25일 말레이 경찰은 외교부를 통해 북한대사관에 현광성 등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 협조를 공식 요청했지만 북한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