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증권주 '껑충'…초대형IB 육성책 기대감 반영
연초 증권주 '껑충'…초대형IB 육성책 기대감 반영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1.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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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지수 중 상승률 1위…미래에셋대우 20% 급등

정부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책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증권주가 급등하고 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최종 거래일인 12월 29일부터 이번 달 19일까지 업종지수 등락률을 파악한 결과 증권이 10.65% 올라 성과가 가장 좋았다.

그다음으로는 철강·금속(7.55%), 운수·창고(4.82%), 전기·전자(4.29%), 종이·목재(3.57%) 등의 순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29% 오른 것에 비하면 월등한 실적이다.

지난 한 해(2015년 12월 30일∼2016년 12월 29일) 증권업종 지수가 10.93%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단 14거래일 만에 1년치 하락분을 거의 다 만회한 셈이다.

올해 들어 증권주가 이처럼 강세를 보인 이유로 우선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점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재정정책과 인프라 확대로 미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우리 주식시장도 따라서 오르리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좋아지면 일반적으로 거래대금도 늘어난다"면서 "거래대금이 늘면 증권사들이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기대감에 증권주가 최근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책에 대한 기대감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2분기 이후 초대형 IB를 지정하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발행어음 등 단기금융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에 따른 실적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 단기금융 업무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통합 미래에셋대우(6조7000억원), NH투자증권(4조5000억원), KB증권(4조1000억원), 한국투자증권(4조200억원)이다.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삼성증권도 조만간 자격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의 IB 자리를 놓고 벌이는 '빅5'의 불꽃 튀는 경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최근 증권주 랠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들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증권사는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대우로 연초 이후 20.30% 올랐다. 자기자본 2위인 NH투자증권(16.06%)이 상승률 2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증권사 주가가 지난해 많이 빠져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연초 증권주 고공행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5년 12월 중순 11조원이 넘던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작년 12월에 6조5000억원까지 줄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지난해 말 증권주의 가치평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밖에 안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주가 최근의 고공행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장 연구원은 "작년 4분기 금리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손실이 많이 발생했는데 올해 들어 보니 미국 증시도 사상 최고가 경신을 계속하는 등 금리인상이 자본시장에 나쁜 게 아니라 경기호조 순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증권주는 악재보다는 호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추가적인 악재는 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강승건 연구원은 "증권주가 작년 말 많이 빠져서 연초에 오른 것일 뿐 올해 업황이 좋지 않다"면서 "주가가 오르고 나면 추가로 좋아질 동력이 없다"며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올라가면 팔고 빠지면 사는 '중립'을 제시했다.

원재웅 연구원도 "연초에 증권주가 급등한 측면이 있어 조정을 좀 받을 수 있다"면서 "다만, 트럼프 정부가 자리를 잡고 미국 증시가 오르면 다시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