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간 아베, 사죄·반성 없이 동맹 챙기기
진주만 간 아베, 사죄·반성 없이 동맹 챙기기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12.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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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아베, 美 하와이 진주만 추모 기념관서 첫 공동 헌화
아베 “전쟁 반복 안돼”… 오바마 “미일동맹 어느때보다 굳건”
▲ 미국 하와이주 진주만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두번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함께 27일(현지시간) 애리조나기념관을 찾아 헌화한 뒤 고개 숙여 진주만 공습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진주만에 있는 애리조나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했다.

미·일 정상이 진주만의 애리조나기념관을 찾아 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전쟁사죄와 반성을 담지 않은 채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두 나라와 양국 국민 간에 어떤 일이든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면서 “전쟁의 상처가 우애로 바뀔 수 있고, 과거의 적이 동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 “미·일 관계는 세계 평화의 주춧돌이며 두 나라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선언했다.

양국 정상은 이러한 내용의 ‘진주만 메시지’를 주고 받았으나 아베 총리가 전쟁 사죄도 하지 않고 반성조차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의 침략으로 인한 아시아 내 피해국가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호놀룰루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이날 오전 진주만에 있는 애리조나기념관을 방문했다.

애리조나기념관은 75년 전인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한 미군 함정 애리조나 함 위에 세워진 당시 희생자 추도 시설이다.

현지시간 오전 10시 45분(한국시간 28일 오전 5시 45분)께 진주만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미국 비밀경호국(SS)의 호위를 받으며 보트를 타고 애리조나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양국 정상은 진주만 공습으로 숨진 이들의 이름이 적힌 위문 벽 앞에 다가가 헌화하고 넋을 기렸다.

일본군의 기습적인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인 2403명이 사망했다. 이 중 1000명의 미군이 침몰한 애리조나 함에서 수장됐다.

미국은 이 공습을 계기로 2차 세계대전에 가세해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었다.

아베 총리는 진주만-히캄 합동기지로 옮겨 발표한 성명에서 전쟁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일본이 2차 대전 후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만들고 법의 지배를 존중하며 부전(不戰)의 맹세를 견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에서 싸우던 미국과 일본이 이제 ‘희망의 동맹’이 됐다”면서 “세계인에게 진주만이 화해의 상징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AP 통신은 아베 총리가 사과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진주만 공습 희생자에게 “용감한 남성과 여성”이라고 경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희생자들에게 “진실하고 영원한 애도”를 드린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역사적인 행보가 화해의 힘을 말해준다”며 “제2차 대전 당시 적이었던 미일 양국이 전쟁의 상처를 우애로 바꿔 동맹으로 발전시켰고, 그 어느때보다 굳건한 미일동맹이 세계 평화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의 답방 성격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폐허가 된 히로시마를 찾아 원폭에 희생된 이들을 애도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