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후 신흥국 펀드 210억달러 순유출
트럼프 당선 후 신흥국 펀드 210억달러 순유출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6.12.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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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으로 자금 대이동…신흥국 성장전망 하향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신흥국의 자금이 대량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신흥국들의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11일 국제금융센터와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지난 한 달간(11월 8일∼12월 7일) 신흥국 주식펀드에서는 90억8100만 달러가, 신흥국 채권펀드에서는 119억6500만 달러가 각각 빠져나갔다.

총 210억 달러(약 25조원) 이상이 순유출된 것이다.

빠진 돈은 대부분 선진국, 특히 미국 주식으로 흘러들어갔다.

선진국주식펀드로는 422억7800만 달러가 들어갔다. 특히 북미주식펀드에 420억1500만 달러가 집중됐다.

트럼프가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미국 경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에 미국의 3대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에, 선진국 채권펀드에서는 203억64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트럼프 당선 이후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 이후 지난 한 달간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467%로 32bp(1bp=0.01%포인트) 뛰었고, 멕시코는 7.295%로 25bp, 터키는 10.990%로 44bp, 이탈리아는 2.03%로 14bp, 한국은 2.18%로 37bp, 말레이시아는 4.09%로 34bp, 중국은 3.09%로 30bp가 각각 뛰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5개 신흥국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유출 규모는 242억 달러(약 28조3000억원)로 10월 16억 달러에 비해 급격히 확대됐다. 주식에서 81억 달러, 채권에서 161억 달러가 빠졌다.

특히 아시아에서 증권자금 순유출 규모는 지난 2013년 6월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IIF는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과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HSBC는 내년이 아시아 각국에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기업들의 외채 발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폭증하면서 펀딩리스크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미국 금리인상으로 촉발되는 글로벌 돈줄 죄기가 심화하면 이들 기업은 디폴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신흥국 비금융 기업들의 외국유통채권 또는 외화표시채권 등 국제채 발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1분기 3571억 달러에서 지난 상반기 말 1조1810억 달러로 231% 폭증했다. 이중 달러 표시 채권이 9718억 달러로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달러 표시 국제채 중 잔여 만기가 1년 미만인 유동부채는 모두 835억 달러로 아시아 지역이 443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남미가 217억 달러, 신흥 유럽이 108억 달러, 아프리카 중동이 68억 달러 등으로 뒤를 이었다.

신흥국 비금융기업의 국제채 발행은 조세회피지역의 역외 자회사가 주된 통로다. 특히 중국과 브라질이 역외 자회사를 통한 국제채 발행을 크게 늘렸다.

중국의 역외 자회사를 통한 국제채 발행은 지난 2009년 1분기 244억 달러에서 지난 상반기 2929억 달러로 1100% 늘었고, 브라질은 374억 달러에서 1559억 달러로 317% 증가했다.

신흥국의 펀딩리스크는 역외에서 조달한 비금융기업의 국제채 발행을 반영할 경우 19.9%로 1980년대 중남미 위기(22.4%)나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22.8%) 당시 최고수준에 육박한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신흥국들의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미국을 주된 수출국으로 둔 데다 기업구조조정과 건설경기 둔화, 정치 불안정으로 사면초가인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또한 2.5%에서 2.4%로 하향 조정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예상치인 2.7%를 하회하면서 자칫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IB들의 전망이다. 수출은 완만하게 개선되겠지만, 내수부진으로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와 노무라는 내년 한국경제가 2.0%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고 소시에테제네랄과 스탠다드차타드, JP모건,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등은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 도이체방크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2.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