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영향… 호텔 레스토랑 ‘3만원 메뉴’ 인기
‘김영란법’ 영향… 호텔 레스토랑 ‘3만원 메뉴’ 인기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6.10.1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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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가액 기준 맞춘 메뉴 출시·비즈니스 모임 유치로 선방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도심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3만원 미만의 메뉴가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연회장 뱅커스클럽에 따르면 1인당 3만원 이하의 메뉴를 연회 메뉴로 선택하는 비율은 전체 모임 예약 건수의 절반에 달한다.

뱅커스클럽은 스크램블, 쇠고기 버섯죽, 황태북어국 등 3가지 메인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한 조식 코스를 3만원에 내놨다.

중식 코스로 된 오찬 메뉴와 커피 브레이크 메뉴, 도시락, 샌드위치 메뉴 등도 세금을 포함해 3만원 이하로 선보였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역시 새롭게 선보인 3만원짜리 연회 메뉴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2만9900원짜리 세트메뉴를 내놓은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 호텔도 비즈니스 고객들의 단체 예약 문의가 김영란법 시행 전보다 증가했다는 게 이 호텔의 설명이다.

호텔은 통상 고급 비즈니스 미팅의 대명사여서 김영란법의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됐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식사 가액(3만원) 기준에 맞춘 메뉴를 연이어 선보이고 비즈니스 모임 유치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존재하던 3만원 이하 메뉴가 오히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다시금 주목을 받은 경우도 있다.

실제 서울가든호텔은 작년부터 뷔페 레스토랑 런치 가격을 2만9700원으로 내려 판매했는데 김영란법 시행을 기점으로 점심시간 이용 고객이 50% 급증했다고 전했다.

가든호텔 측은 “3만원 이하 뷔페메뉴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도 있었지만 법 시행 후 주목을 받는 것 같다”며 “조찬 모임 예약도 거의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일명 ‘영란 메뉴’를 앞다퉈 선보인 광화문, 여의도 일대 음식점들은 대체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고객들의 반응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급 음식점들의 경우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탓에 개인적으로 식사 약속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었다.

또 아예 가격대가 저렴한 음식점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 ‘영란 메뉴’가 매출 증대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광화문에 있는 한 고급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프로모션 성격으로 지난달부터 3만원짜리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데, 주문 비중이 전체의 5~10%에 불과하다.

3만원짜리 풀코스 세트메뉴를 출시한 불고기 체인점 불고기브라더스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외식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컸는데, 우리는 타격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기존에도 메뉴가 1~2만원대로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김영란법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매출 유지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정식 기자 js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