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의료민영화' 당장 접어야
<시사포커스> '의료민영화' 당장 접어야
  • 주장환 기자
  • 승인 2014.07.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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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는 의료민영화 수순
진료비 폭등에 의료 접근성 하락…대다수 국민 감정과 큰 거리감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노조원들이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의료민영화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논란'의 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가 나가자 10만 건의 질타가 보건복지부에 접수돼 사이트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보건의료산업노조는 현재 총파업 중이며 26일에는 서울역과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의료민영화 반대 100만명 서명운동'은 하룻만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입법예고 기간에 접수된 의견 10만 건과 서명 100만 건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의료법인의 경영 정상화를 꾀하는 것이지 의료민영화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변명하는 당국자의 말을 못믿겠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 확대가 의료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에 가입된 모든 국민이 어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당연히 진료를 거절당하지 않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현행 제도다. 그러나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당장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의 폐지가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또 병원이나 도입 찬성론자들은 지속적으로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진료비를 책정하자고 할 것이다. 이 경우 진료비 폭등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대기업이나 투기자본이 의료기관에 투자할 것이다. 이 경우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 형태를 가지게 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커지게 된다.

몸이 아픈데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게 가장 서럽다’는 말이 있다. 민영화는 이런 서러움을 현실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우리나라 성인의 미충족 의료 현황'을 보면 본인이 병의원(치과)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총 미치료율은 2012년 16.7%다. 이는 유럽 27개 국가의 미치료율 6.3%와 비교하면 약 2.5배나 높다.

미치료율 이유 중 가장 높은 것이 경제적 부담이다. 이는 병원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끙끙 앓다가 병을 키워 중대 질병으로 이행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의미다.

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의료보험)이 실시된 지 22년이 지났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높은 병원비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 21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로비에 모인 서울대병원노조 조합원들이 의료민영화 저지 및 병원 공공성 회복 등을 주장하며 2차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일정한 부담으로 재원을 조성하고 개별부담과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균등한 급여를 받음으로써 질병 발생 시 가계에 지워지는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영리병원 도입 찬성론자들은 국내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고 강변하지만, 더 큰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

돈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사회적 매카니즘이다. 의사나 병원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료비가 크게 증가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 접근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 사각지대를 만들어 내고 공공의료 서비스 질 저하를 가져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서민들이 병원 치료에 큰 부담을 가지게 된다면 삶의 질은 더욱 나빠진다.

영리병원 찬성론자들은 이런 상황을 호도하는 궤변을 멈추어야 한다. 그것은 오로지 가진 자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며, 대다수 국민들의 감정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건강보험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며 운영하는 제도가 아니다. 부유한 자가 좀 더 부담을 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주장환 기자 jangwhana@nate.com

<사진자료=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