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 공동캠퍼스 18공구' 공사 재개했지만 흐릿한 합의점
'행복도시 공동캠퍼스 18공구' 공사 재개했지만 흐릿한 합의점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4.03.2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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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 'LH'·시공사 '대보건설' 계약금 증액폭 견해차 여전히 커
LH "규정 안에서만 가능…시공사 주장 손실 내역 정확하게 몰라"
양측 "적극 협의" 애매한 방향성 정하고 준공 일정 맞추기 돌입
세종시 집현동 행복도시 4-2 생활권 공동캠퍼스 18공구 건설 공사 현장(촬영 2024.3.6.). (사진=천동환 기자)
세종시 집현동 행복도시 4-2 생활권 공동캠퍼스 18공구 건설 공사 현장(촬영 2024.3.6.). (사진=천동환 기자)

행복도시 공동캠퍼스 18공구 공사가 다시 시작됐지만 발주처와 시공사 간 합의점은 여전히 흐릿하다. 시공계약금을 얼마나 올릴 것이냐가 핵심 쟁점인데 양측 계산 결과에 차이가 크다. 더욱이 발주처 LH는 시공사 대보건설이 어떤 근거로 300억원 손실을 주장하는지 정확히 모른다며 금액적인 합의를 하기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LH와 대보건설은 일단 적극적으로 협의한다는 다소 애매한 방향성을 정하고 준공 일정을 맞추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2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세종시 집현동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4-2 생활권 공동캠퍼스 18공구 건설 공사가 지난 18일 재개됐다.

행복도시 4-2 생활권 공동캠퍼스 18공구는 LH가 발주했으며 대보건설과 동원건설산업, 건영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시공 주관사인 대보건설은 2022년 7월 공사 계약 후 발생한 다수 공사비 증액 사유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며 지난 5일 공사를 중단했다. LH에 시공계약금액 조정을 요청했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었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등으로 금융권 자금 차입까지 어려워지자 삽을 내려놨다.

그렇게 13일간 멈췄던 현장은 발주처와 시공사가 다시 진지한 태도로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하면서 재가동 중이다. 등을 돌렸던 LH와 대보건설이 다시 마주보기는 했지만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해법을 찾은 건 아니다.

대보건설이 주장하는 이 현장의 손실 예상 규모는 300억원 이상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공사비가 약 750억원으로 알려진 이 현장에서 대보건설은 1050억원 넘는 비용을 투입해야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보건설이 손실액을 0원으로 줄이고 본전이라도 찾으려면 LH는 공사비를 최소 300억원 올려줘야 한다. 최소 40% 인상이다.

LH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법 규정을 벗어날 수 없다. 법 규정에 맞춰 두드린 계산기에 표시된 숫자가 대보건설이 요구하는 액수와 일치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LH 자체적으로 숫자를 바꿀 방법이 없다. 계산 과정이 정확했다고 가정했을 때 액수를 바꿀 방법은 법·제도 개정뿐인데 이건 LH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LH 세종특별본부 관계자는 "법적인 거를 뛰어넘어서 저희가 해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법령 테두리 내에서만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고시 '건축공사 표준계약서'를 보면 설계 변경이나 물가 변동, 기타 계약 내용 변경에 따라 건축공사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LH는 자재비와 인건비 등 건설공사비 상승분을 작년 12월에 반영한 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올린 공사비가 약 47억원이다. 대보건설이 얘기하는 300억원과 차이가 크다. LH 견해를 종합해 봤을 때 지금 상황에서 LH 계산으로 300억원 증액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작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산정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세종 공동캠퍼스 18공구 공사계약 시점인 2022년 7월 147.66에서 올해 1월 154.64로 4.7% 올랐다. 대보건설이 주장하는 손실을 메꾸려면 최소 40% 인상이 필요하다. 건설공사비지수 자체도 시공사가 느끼는 체감 물가 상승과 적잖은 차이를 보이지만 설계변경과 자재 수급 차질 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을 따지는 과정에선 더욱 큰 견해차가 발생할 수 있다.

LH 세종특별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손실) 내역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며 "(대보건설이) 주장하기로는 '3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그 300억대 손실이 어떤 내용인지는 저희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물가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해서 물가 연동으로 작년에 47억원 증액을 해줬다. 그 이상은 해줄 수 없는 노릇인 거고, 그럼 뭐가 문제였던 건지 저희도 파악을 잘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대보건설이 요구한 증액 폭과 LH가 인정하는 금액에 차이가 컸는데 양측이 큰 틀의 방향을 우선 정한 뒤 구체적인 합의점은 공사를 진행하면서 찾아가는 방법을 택했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LH는 공사비 변동분 조기 확정과 공사비 조기 지급 등 방법으로 시공사 요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대보건설도 일단 공사를 재개한 만큼 계획한 일정을 지킬 수 있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LH 세종특별본부 관계자는 "원래 설계변경해서 증액해 주기로 한 부분이 있었다"며 "그거 당연히 증액해 주는 거고 '추가로 시공사에서 요구하는 사항들 있으면 적극적으로 같이 협의해 보자' 그렇게 얘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또 대보건설 관계자는 "세종시 공동캠퍼스 공사가 차질 없이 완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국책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