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난' 재점화, 금호석화 주총 앞두고 또 경영권 충돌
'조카의난' 재점화, 금호석화 주총 앞두고 또 경영권 충돌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4.03.1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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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자사주 전량소각 요구…"주주가치 제고 일환"
박찬구, "50%만 처분,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증대"
(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사진=금호석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왼쪽)과 박철완 전 상무(오른쪽).[사진=금호석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또다시 조카의 난에 직면했다. 박철완 전 상무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자사주 전량 매각 등을 요구한 것이다. 박 전 상무는 금호그룹 3대 회장인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자 박 회장의 조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박 회장과 조카 박 전 상무는 오는 22일 예정된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에 앞서 ‘주가부양’, ‘주주가치 제고’를 전면에 내걸고 안건에 대한 ‘찬성’ 위임장 확보에 한창이다. 박 회장과 박 전 상무 측이 보유한 금호석화 지분율은 각각 15%, 11%로 4.9% 차이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25%), 외국인(20%), 국민연금(10%)의 의중이 중요하다.

박 전 상무는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와 연대해 주주제안에 나섰다. 차파트너스는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 할 수 있도록 정관변경 △기존 보유하던 자사주 524만8834주 중 50%는 올 연말까지, 나머지는 내년 말까지 소각하는 안 △김경호 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규모 자사주를 보유하는 것은 주가 하락을 이끄는 배경 중 하나”라며 “대주주 우호주주에게 처분하면 주당 순이익·순자산·배당금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또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활동의 연장선상으로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은 2021년 ‘조카의 난’으로 알려진 분쟁이 발생한 후 3번째다. 2021년, 2022년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주주제안을 했지만 패배했다. 그러나 과거 제안이 ‘배당금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에 그친 반면 이번엔 자사주 처분을 내걸어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금호석화의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행동주의펀드와 힘을 합쳐 여론몰이에 나선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금호석화 측은 이에 ‘이사회 통한 자기주식 처분·소각 결의’를 정관에 명시하는 안건 등으로 맞섰다. ‘자기주식 처분 및 소각에 대한 상법상 원칙’을 확인하고 결의 시 주주가치에 부합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요소를 구체적으로 반영한다는 차원이다.

또 최근엔 이사회를 열고 향후 3년간 기존 보유 자기주식의 50%를 분할 소각하며 이중 보통주 87만5000주를 이달 20일 소각키로 결정했다.

이에 차파트너스는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자사주의 50%를 소각하겠다는 결정은 과거에 비해 전향적이지만 주주제안에 대응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며 “나머지 50%의 자사주를 제3자에게 ‘처분’ 예정으로 보여 우려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금호석화 측은 “이번 주주제안이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임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나머지 50%의 자기주식을 보유해 향후 자본조달의 여러 선택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가치 증대에 더욱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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