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민주당 탈당..."새로운 정치세력 만들겠다"
이낙연, 민주당 탈당..."새로운 정치세력 만들겠다"
  • 진현우 기자
  • 승인 2024.01.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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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DJ·盧 정신 사라지고 1인-방탄정당 변질"
"다당제-분권형 대통령제 도입해야…'원칙과 상식'과 협력할 것"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미영 전 울산시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미영 전 울산시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24년 동안 몸 담아온 민주당을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극한의 진영대결을 뛰어넘고 국가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며 신당 창당을 공식 발표하고 전날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며 "나는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나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를 겨냥해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이탄희·홍성국 의원 당 초선 의원들의 잇단 불출마 발표에 대해서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당내 비판자와 내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길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며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을 동의한 것과 민주당에 귀책사유가 있던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당 대표로 있던 자신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을 사과했다.

이어 "내 아버지처럼 오랜 세월을 보상도, 이름도 없이 헌신하시는 당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며 "난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민주당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선다.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겠다"고 부연했다.

신당 창당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몰아세운 것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위기였다"며 "난 이 국가적 위기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추락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암흑기에 들어섰다"며 "윤석열 정권은 국정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례 없는 퇴행과 난맥을 계속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침몰로 갈 것이냐, 지속가능 국가로 회복될 것이냐의 마지막 기로에 섰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정치권에 대해서도 "국가적 위기의 핵심은 정치의 위기이다.무능한 정권과 타락한 정치가 각자의 사활에만 몰두하며 국가의 위기를 심화시킬 뿐, 국가 과제의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망국적 정치는 민생의 고통을 덜어드리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서로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혐오와 증오의 양극정치를 끝내지 않고는, 국민이 마음 편히 사실 수 없다"며 "모든 것을 흑백의 양자택일로 몰아가는 양극정치는 지금 전개되는 다양성의 시대를 대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미국과 독일에서 1년 넘게 공부하면서 확실히 배웠다. 미국은 양당제 속에서 분열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독일은 다당제로 극단의 정치를 피하면서, 분열을 극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도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며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다당제 실현과 함께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며 "현행 제도를 고쳐, 대통령 후보를 철저히 검증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최대한 분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탈당 및 신당 창당 작업 이후 목표에 대해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며 "정권은 검찰의 칼로 세상을 겁박한다. 다수당은 의석수로 방탄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방탄한다. 그런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로잡자"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오직 국민과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며 "법치는 성역 없이 바로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연구개발(R&D) 등 경제 분야를 놓고선 "R&D 지원과 규제 혁파로 기업의 도전을 돕고, 미래기술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개발하겠다"며 "복지는 생활에 필수적인 기초 서비스를 국가가 단계적으로 제공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중부담-중복지’로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에선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정부의 원칙을 되살려, ‘제2의 한류’를 더 확산시키도록 돕겠다"며 "외교에선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정착시키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평화와 번영을 돕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과의 협력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했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며 "어느 분야에서든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그 길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전문직의 참여를 요청하며 "그런 사람들이 정치참여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정치 때문에 잘못되고 있다 잘못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은 비겁한 죄악"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했다. 난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더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길은 쉽지 않은 길"이라며 "난 그 길이 쉬워서 가려는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가야 하기 때문에 가려 한다.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성원을 부탁한다"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hwj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