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②] 부동산 들썩이자 뛰는 가계대출, 중장년층 주도
[2023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②] 부동산 들썩이자 뛰는 가계대출, 중장년층 주도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12.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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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구매 용도 47%로 확대, 생계자금용도 21%
자영업자대출 1052.6조 전년比 3.8% 증가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부동산시장 회복에 따른 주택구매 수요가 늘어난 영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비교적 안정적인 40~50대 중장년층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했다.

한국은행(한은)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 자금 용도별 신규 취급 가계대출 비중은 주택구매 용도가 1분기 41.3%에서 2~3월 46.9%로 5.6%포인트(p)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생계자금 용도 비중은 26.7%에서 21.3%로 5.4%p 축소됐다.

한은은 "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주택구매를 위한 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소득이 비교적 안정적인 중장년층(40~50대) 비중이 컸다. 

실제 신규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중장년층 대출 비중은 1분기 49.1%에서 2~3분기 50.5%로 늘었지만 청년층은 1분기 39.1%에서 2~3분기 37.6%로 축소됐다. 

또 상환능력이 양호한 고소득 차주 대출 비중은 1분기 55.7%에서 2~3분기 61.6%로 확대된 반면 저소득 차주 대출 비중은 11.4%에서 9.3%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 상한이 인상 조정됨에 따라 가계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평균 LTV 비율은 은행을 중심으로 소폭 상승했다.

실제 올해 3분기말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상호금융 기준) 가계 주택담보대출 평균 LTV 비율은 각각 44.8%, 56.8%로 1분기말(42.4%, 56.6%)보다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장기 평균을 하회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 기관에서 대출을 이용 중인 취약차주나 비은행금융기관 차주를 중심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실제 가계 취약차주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 흐름을 지속하면서 올해 3분기말 8.86%로 비취약차주(0.35%)에 비해 크게 높은 상황이다. 

또한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 연체율도 마찬가지로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올해 3분기말 1.91%로 은행(0.35%)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소득 대비 채무상환 부담이 큰 데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 소득 여건 제약 등으로 부담 정도가 가중된 영향이다.

실제 올해 2분기 가계 취약차주 이자부담비율(연간 이자지급액/연간 소득)은 20.7%로 비취약차주(11.8%)보다 두 배 가량 높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과거에 비해 크지 않고 연체율이 장기평균 수준에 비해 낮은 데다 주담대 LTV 비율이 여전히 양호한 점을 고려하면 최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금융시스템 안정이 저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과도한 수준의 가계부채는 소비 여력 축소를 통해 성장을 저해하는 한편 금융시스템 취약성도 높일 우려가 있는 만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정착 등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 폭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금융기관은 취약 부문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손실 흡수능력을 제고하고 연체채권 관리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3분기말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52조6000억원(차주 수 314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이는 장기평균 증가율(2013~2023년 분기 평균 12.0%)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2023년 들어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자영업자대출 중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은 각각 696조7000억원, 355조9000억원으로 자영업자 가계대출(2.0%)이 개인사업자 대출(4.7%)에 비해 증가세가 더 크게 둔화됐다.

금융권별로는 은행권과 비은행권 모두 자영업자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비은행권 자영업자대출 증가
율(전년 동기 대비)이 지난해 말 24.3%에서 올해 3분기 5.4%로 더 큰 폭 하락했다.

자영업자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차주 비중이 늘고 연체율이 최근 빠르게 상승한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실제 올해 3분기말 자영업자 취약차주 비중은 차주 수 기준 12.4%(38만9000명), 대출잔액 기준 11.0%(116조2000억원)로 지난해 말(11.0%, 9.8%)보다 소폭 상승했다. 

또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추정한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올해 3분기말 1.24%로 지난해 말(0.69%) 대비 0.55%p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면서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이자 부담 경감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정상차주의 자발적 대출 상환과 부채구조 전환 등을 추진함으로써 관련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