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사회 흐름 따라 신시장 개척…주택선 '탈 현장화' 노력

건설 경기 위축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자금경색 우려 등 여러 악재가 건설사들을 옥죄고 있다. 여기에 꼬리를 무는 사건, 사고는 완전한 건설 안전을 확보하라는 거센 요구를 만들어 냈다. 전례 없던 위기감과 부담감에 에워싸인 건설사들은 과연 어떤 내일을 맞게 될까? 각 회사 CEO의 경영 전략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올해 취임 2년 차인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본격적인 외형 성장을 기반으로 내실 강화와 새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한다.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를 통해 해외 플랜트 부문을 중심으로 새 일감을 늘리면서 초소형 모듈 원전을 앞세워 친환경·에너지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본업인 주택 분야에서는 모듈러 등 탈 현장화 기술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한다.
9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지난해 2월 부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로 내정된 뒤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회사를 이끌고 있다.
홍현성 대표이사는 지난 2006년 현대엔지니어링 입사 후 오만·쿠웨이트 플랜트 현장소장과 플랜트수행사업부장, 플랜트사업본부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 매출·이익 모두 증가…이젠 수익성 개선
현대엔지니어링은 홍 대표이사 취임 후 본격적인 외형 성장기에 돌입했다. 취임 첫해인 작년 이 회사는 전년 대비 19.8% 증가한 매출 8조812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국내 주택·건축 현장 매출 증가와 해외 대형 현장 공정 본격화로 실적 규모를 키웠다. 3분기 누적 매출이 9조158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4.9% 늘었다.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을 넘어선 성과다.
외형 성장에 따라 영업이익도 회복세다. 지난해 해외 현장 일회성 비용 등을 반영하며 전년과 비교해 68% 급감했던 영업이익(1165억원)은 올해 상반기 1040억원으로 1년 전(902억원)보다 15.3% 증가했다.
홍 대표이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올해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로 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시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내실 강화를 위해 경영 위험에 미리 대응하면서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내실 강화를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정·원가 관리 시스템화 등 선제적 위험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수익성 중심 선별 수주와 사업 원가 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도 추진 중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8%로 작년 동기 2.2% 대비 오히려 줄어 아직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큰 성과는 없는 모습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플랜트 부문을 중심으로 3분기까지 28억7432만달러 신규 수주 실적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7%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각)에는 현대건설과 함께 23억달러 규모 '사우디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프로젝트(Phase-2)'를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절반으로 가정하더라도 이 회사의 올해 해외 수주액은 40억2432만달러로 늘어난다. 이는 작년 한 해 해외 수주액보다 18.5% 많다.

◇ 친환경·에너지로 영역 확대
홍 대표이사는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저탄소 녹색 성장 사회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한발 더 나아가 친환경 분야로 신사업을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은 글로벌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MMR(초소형 모듈 원전)과 폐플라스틱 자원화(P2E) 등으로 업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발 빠른 분야는 MMR이다. MMR은 모회사인 현대건설이 주력하는 300MW(메가와트)급 발전 용량을 가진 소형 원자로 SMR(소형 모듈 원전)보다 더 적은 10MW 이하 출력을 갖춘 초소형 원자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월 미국 USNC와 지분투자 계약을 맺고 MMR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 독점권을 확보했다. 그해 4월에는 '캐나다 초크리버 MMR 실증사업' 상세 설계 계약을 맺는 등 상용화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 2월에는 폴란드 레그니차 경제 특별구역, 7월에는 폴란드 그루파 아조티 폴리스와 MMR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는 등 보폭을 더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올해 2월 사업 진출을 본격화한 뒤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7월에는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내 'EVC(전기차 충전 서비스) 통합관제센터'를 마련해 전기차 충전시설 유지·보수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앞으로 다른 제조·운영 사업자의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유지와 보수로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본업인 주택 부문에서는 모듈러 등 OSC(탈 현장화)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6월 13층 높이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을 준공한 데 이어 7월과 지난달에는 '조인트 슬라이딩 방식 외장재 제작 및 시공 기술'과 '고층 모듈러 건축 구조 및 접합 기술' 특허를 출원하는 등 20층 이상 고층 모듈러 아파트 건설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수익성 위주 사업 수행과 친환경·에너지 분야 신사업 추진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