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상임위원장단과 오찬간담회… "국회 의견 경청하겠다"
尹, 상임위원장단과 오찬간담회… "국회 의견 경청하겠다"
  • 김가애·진현우 기자
  • 승인 2023.10.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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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대표·17명 상임위원장 참석… 김진표 "협치 열리길"
간담회 이어 오찬도 진행… 메뉴는 화합 의미로 '오색 두부탕'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만나 "정부의 국정운영, 또는 국회의 의견 등 대해서 좀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진표 국회의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비롯해 장제원 과방위원장, 이상헌 문체위원장, 박정 환노위원장, 서삼석 예결위원장, 권인숙 여가위원장, 신동근 복지위원장, 김교흥 행안위원장, 김철민 교육위원장, 김도읍 법사위원장, 백혜련 정무위원장, 김태호 외통위원장, 소병훈 농해수위원장, 김민기 국토위원장, 박덕흠 정보위원장, 이재정 산자위원장, 한기호 국방위원장, 김상훈 기재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김 의장과 함께 접견실에 들어서면서 "국회는 세 번째 왔지만 상임위원장님들을 이렇게 다 같이 뵙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넸다. 

첫 발언은 김 의장이었다. 김 의장은 최근 윤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대해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며 "대통령의 경제 외교가 민생과 경제의 활력이란 소중한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유럽·중동에서의 전쟁,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국회와 정부가 굳게 손을 잡고 국민들에게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간담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다"며 "'통즉불통'(소통하면 국민이 아프지 않게 된다)이란 말이 있는데 간담회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지속적으로 만나고 협치의 물꼬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간담회를 통해 여야 협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정치는 궁극적으로 국리민복을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여야가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정치를 하느라 정작 국민을 외면해 왔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통합의 정치, 국민 통합을 위해선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고 실현하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여야가 격렬한 논쟁을 벌일 때조차도 헌법적 가치를 중심으로 통합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잇단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민생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홍 원내대표는 "법안심사 또는 예산심사 과정에서 국회에서의 자율성을 좀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며 "특히 여야가 서로 협의해서 합의한 것에 대해서 대통령실이 조금 열린 자세로 수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민생 현장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정부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 그 역할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의 아픔을 좀 위로하고 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국가 재정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최로 열린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의 오찬을 마친 뒤 사랑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최로 열린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의 오찬을 마친 뒤 사랑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각 상임위원장들도 각종 현안을 윤 대통령에게 전했다.

먼저 김상훈 기획재정위원장은 최근 마약 관련 이슈가 주목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다시 한번 마약과 전쟁에 정면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마약 범죄 수사 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단 점을 지적했다.

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연구개발(R&D) 예산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며 "과학기술계가 연구개발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되는 부분을 잘 맞춰 나가는 게 가장 큰 현안"이라고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옹호했다.

이재정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도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점검은 필요하나 추진 과정에서 너무 거칠면 현장에서 무너지는 기업이 있다"며 R&D 예산 삭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정무위 소관 7개 기관장 중 국가보훈부 등 4개 기관장이 검사 출신이란 점을 지적하며 특정 직역의 기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보훈부와 국방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논란 종식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은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종점 변경에 놓고 대통령 처가에 대한 특혜 의혹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 논란을 해소해 주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철민 교육위원장은 대통령실 김승희 전 의전비서관의 자녀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연루된 것과 관련해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김교흥 행안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이태원참사 유가족을 만나서 위로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 환경노동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만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며"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간담회를 마친 뒤에는 오찬이 진행됐다. 오찬에서 윤 대통령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쳐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지금 전 세계적으로 경제, 안보 등 대외적인 이런 위기 상황이 많이 있고, 또 우리 국민들의 민생이 어렵다"며 "우리가 초당적, 거국적으로 힘을 합쳐서 국민들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은 화합과 소통이라는 주제로 진관사가 마련했다. 메뉴로는 길상과 화합을 의미하는 오색 두부탕, 민초들의 음식이었던 뿌리채소가 준비됐다. 

김 의장은 이날 오찬 상차림이 갖는 의미에 대해 "진관사 스님께서 말씀해주시기를 화합과 소통의 염원이 담긴 상생의 밥상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