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탈출로 개방 무산…국제사회 만류에도 지상전 ‘임박’
가자지구 탈출로 개방 무산…국제사회 만류에도 지상전 ‘임박’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10.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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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라파 검문소’ 개방·임시 휴전 소식 강력 부인
국경서 교전 격화, 지상전 위기 ‘고조’…국제사회 적극 외교전
네타냐후, 지상전 의지 표명…이란·헤즈볼라에 “개입 말라” 경고
잠긴 라파 통행로 앞에 모여든 팔레스타인 주민(사진=연합뉴스)
잠긴 라파 통행로 앞에 모여든 팔레스타인 주민(사진=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열흘째 계속되는 가운데 가자지구 유일의 탈출로가 개방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외국인 철수와 구호품 반입을 위한 일시 휴전 보도를 일제히 부인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 소탕을 위한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계획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이집트와 이스라엘, 미국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약 8시간에 걸쳐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통행로’를 재개방하고 일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외국인 수천명이 라파 검문소 앞에 몰렸지만, 통로가 개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들도 라파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엘 아리쉬 마을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외국인 철수와 인도적 지원을 위한 휴전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고, 하마스도 휴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선언하고 가자지구로 향하는 식수와 연료, 전력 등의 공급까지 끊는 봉쇄 강화 조치에 돌입한지 이날로 7일째에 접어들면서 외부의 원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무너져 내린 가자지구 건물들(사진=연합뉴스)
무너져 내린 가자지구 건물들(사진=연합뉴스)

휴전은커녕 지상전을 앞두고 가자지구 교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스라엘 남부 마을에서는 하마스의 로켓 발사를 경고하는 사이렌이 여러 차례 울렸고 이스라엘군은 대거 장벽 앞으로 집결했다.

가자지구의 알쿠드스 병원 주변까지 이스라엘의 폭격이 가해졌으며, 이스라엘은 가자 거주민을 향해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사흘 연속 촉구했다. 가자지구 북쪽에 있는 병원 20여 곳에도 소개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3000명에 육박하며, 부상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1500명 가량이 숨지고 약 4000명이 다쳤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하자 “무고한 민간인들의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이를 말리기 위해 분주히 외교를 펼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전격 방문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백악관은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바이든 대통령의 콜로라도 방문 일정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당일 취소되는 것은 이례적으로, 이스라엘행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점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북부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부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프랭크 매켄지 전 미국 중부사령관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모두에게 피바다가 될 것”이라며 지상군 투입시 예측불가능한 시가전이 이어지며 전쟁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아랍권 국가로 구성된 아랍연맹(AU)과 아프리카 전체 55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한 아프리카연합(AL)은 공동성명을 통해 “재앙을 막아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중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행위는 자기방어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비판했으며, 확전 방지와 협상 중재를 위해 내주 중동에 특사를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요구하고,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테러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채택을 제안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6일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하마스를 나치,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며 이들을 격퇴하기 위해 전 세계가 단결해야 한다면서 지상 작전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또 하마스의 배후로 의심받는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해 이번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인접한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대해 미사일과 로켓포 공격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