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불법 침입 미군병사 조건 없이 추방 결정
北, 불법 침입 미군병사 조건 없이 추방 결정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3.09.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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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벌금형 받고 노역 후 본국 송환 도중 월북
월북한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 [사진=연합뉴스]
월북한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7월 판문점을 견학하다 북으로 넘어간 주한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을 아무 조건 없이 중국으로 월북 71일만에 추방하겠다고 28일 밝혔다. 또 미국 당국은 킹 이병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킹 이병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며 "해당 기관에서는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을 공화국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킹 이병은 미군 내에서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과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대한 환멸로부터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했다고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방 소식에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킹 이병이 미국의 보호 하에 있다는 것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킹 이병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에서 경찰 순찰차 문을 걷어차 망가뜨린 혐의로 올해 2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인 폭행한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벌금을 내지 않아 올해 5월24일부터 48일간 국내에서 노역하고 7월10일 풀려났다.

이후 월북 당일에는 이와 관련한 징계(행정처분)를 받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포트 블리스로 향하는 인천발 댈러스행 항공기에 탑승할 예정이었지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중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 이에 스웨덴 정부 팀이 킹 이병 석방을 위해 북한으로 들어갔다. 현재 킹 이병은 북중 국경을 통해 석방돼 현재 미군 기지에 안전하게 도착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킹 이병 석방을 위해 유엔과 유엔군사령부,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국가들을 통해 북한과 접촉 시도를 했다. 특히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이 미국의 이익대표국을 맡아 주요 중재자(primary interlocutor) 역할을 했다. 이익대표국은 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의 거류민을 보호할 임무를 위탁받은 제3국을 말한다.

중국은 킹 이병이 북중 국경을 넘어 입국하는 데 협조했지만 중재 역할에 직접 나서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킹 이병 석방을 위해 북한에 양보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킹 이병 석방을 계기로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는 북한과 외교 가능성에 여전히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