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북에 동시 경고장 날린 尹… 국제사회 지지 확보 총력
러·북에 동시 경고장 날린 尹… 국제사회 지지 확보 총력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3.09.2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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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기조연설… 내년 비상임이사국 활동 앞두고 역할 강조
"선도적 역할 하겠다"… 개발·기후·디지털 '격차 해소' 지원 방침도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정상회담을 진행한 북한과 러시아를 동시에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을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평화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실존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 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무기와 군수품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가 내년부터 2년 임기의 차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을 앞두고 있는 만큼,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책임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를 '러시아-북한' 순으로 지칭했다. 

그간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에서 두 국가를 '북한-러시아'(북러) 순서로 표현했던 것과는 달라진 표현이다.

북한이 핵 개발과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잇단 도발로 러시아보다 우리나라에 더 위해적일 수 있는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참석한 지난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북한'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국제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지난 13일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실체적 위협'이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돕겠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공약에 따라 안보, 인도, 재건 분야를 망라한 포괄적 지원 프로그램을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또 2주 전 G20 정상회의에서 밝혔듯이 내년에는 3억달러를 공여하고 추가로 20억달러 이상의 중장기 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개발·기후·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격차 해소 차원에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개발 격차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공적개발원조(ODA)를 과감하게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올해 긴축 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내년 ODA 예산안 규모를 40% 이상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확대된 ODA 자금을 활용해 수원국의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발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윤 대통령은 기후위기를 '국가 간 경제 격차를 더욱 악화시키고, 인류의 지속가능 발전을 제약하는 또 다른 도전 요인'이라고 정의하면서 "기후위기 취약국들이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면서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그린 ODA를 확대할 것"이라며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 달러를 추가로 공여하겠다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재생 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소, 수소와 같은 고효율 무탄소에너지(CFE, Carbon Free Energy)를 폭넓게 활용할 것"이라며 이 방식을 기후위기 취약국과 공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를 위해 "무탄소에너지에 관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고, 민간의 기술혁신과 투자를 촉진하고자 한다"며 전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CF연합(Carbon Free Alliance)' 결성 의지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정보통신기술(ICT)가 대한민국 강점이라며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AI와 디지털 오남용,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디지털 권리장전 발표와 AI 글로벌 포럼 개최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AI와 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자유가 위협받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가 위협받고, 우리의 미래 또한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엔 내 관련 국제기구 설립을 지원하고 전 세계 전문가들 간의 소통과 협업의 네트워크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기여를 다하기 위해 엑스포를 개최하고자 한다"며 2030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위한 지지도 호소했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