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인터뷰] 김창길 집행위원장 "세계 향해 다시 뛰는 해"
[제15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인터뷰] 김창길 집행위원장 "세계 향해 다시 뛰는 해"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09.1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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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제 '스케일'…자로 건축 설계 시작하듯 영화제도 새로운 시작"
"지난 노력들 위에 쌓은 자신감으로 아시아 넘어 글로벌로 진출할 것"
"유명 건축사 작품·인생·철학 등 담은 다큐멘터리가 대중에 가장 인기"
김창길 제15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 아트하우스모모의 한 카페에서 신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김창길 제15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 아트하우스모모의 한 카페에서 신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15회를 맞았다. 올해는 '스케일'이라는 주제로 18개국 34개 작품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영화제를 주최, 주관하는 대한건축사협회는 올해를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의 초석을 다지는 시간으로 삼고 있다. 아시아 유일 건축영화제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제로 스케일을 키워 볼 작정이다. 김창길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나 영화제의 여정과 가치, 가능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김창길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올해로 4회째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 1회 포함)을 맡았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현장 상영이 한창이던 지난 8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아트하우스모모에서 김창길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김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 주제 '스케일'을 소개하며 '자'를 가지고 건축 설계를 시작하듯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이번 15회 행사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이뤄낼 수 있길 바랐다. 지난 노력에 기반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진출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어떤 건축영화가 가장 인기 있느냐?"는 질문에는 "유명 건축사의 작품과 인생, 철학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답했다. 다음은 김창길 집행위원장의 일문일답이다.

Q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15회를 맞았다. 소감을 듣고 싶다.

"건축은 일반 국민이 알기 어려운 전문적인 분야다. 이런 건축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의 특별함인 것 같다. 영화제를 15회까지 어렵게 끌고 왔다. 지금까지 성과를 보면 현재 집행위원들의 역할도 있지만 그 전 1대·2대 위원장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지속해서 끌어올 수 있었다. 전 위원장, 전전 위원장의 희생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

Q 영화제를 만들어 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장 어려운 것은 예산. 다른 영화제도 마찬가지지만 현실적으로 예산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티켓 판매 등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춘 축제가 아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의 다양한 건축영화를 선보이는 게 우리 방향성이다. 그런데 이게 지출이 있어도 수입(收入)이 별로 없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해마다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다행인 것은 주변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줘서 올해도 잘 개최할 수 있었다."

Q 올해 주제 스케일은 어떤 의미인가?

"스케일(scale)이라는 게 '눈금자'도 얘기하고 '규모'나 '공간' 이런 걸 얘기하는 거다. 이번 15회라는 숫자가 그냥 단순히 넘어갈 숫자는 아닌 것 같았다. 설계할 때 처음에 자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처럼 스케일이라는 주제로 다시 한번 처음부터 영화제를 들여다보자는 의미가 있다. 이런 의미를 담아 올해 행사 포스터를 건축 도면과 눈금으로 디자인했다."

신아일보 기자와 인터뷰하는 김창길 집행위원장(오른쪽). (사진=대한건축사협회)
신아일보 기자와 인터뷰하는 김창길 집행위원장(오른쪽). (사진=대한건축사협회)

Q 세계적인 건축영화제로 도약할 때가 됐다고 했는데 과거와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

"가장 큰 것은 우리가 15회까지 안정적으로 끌어온 노력이 저변이 됐다고 판단한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를 세계로 알리는 일을 추진할 원동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그전에는 사실 자리를 잡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이런 시도도 못 했다. 지금은 나름대로 자신감도 있고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로 진출해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단기간 계획은 아니지만 우리가 직접 영화를 제작해서 출품할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올해 15회가 다시 뛰는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올해는 부대행사 중에 독일문화원이나 스리랑카대사관에서 상영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가 2년 연속 개막식에 참석하는 등 여러 국가와 지속해서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Q 관객들은 영화제 출품작 중 어떤 주제에 관심을 많이 갖던가?

"아무래도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건축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큐멘터리가 가장 인기 많다. 건축사의 작품이나 인생, 철학에 대해 상영하는 다큐들이 제일 인기가 많다. 건축사가 직접 출연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하고 자신의 철학을 공유한다. 작년에는 안도 다다오(일본 건축가)를 다룬 영화를 개막작으로 해서 표가 거의 매진됐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건축과 직접 관계없는 일반 관객이 건축 분야 관객보다 많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 마니아층이 꽤 있어 한 해도 빠짐없이 오는 관객도 있고 포스터를 꾸준히 모으는 분도 있다.

Q 올해 영화제 부대행사 중 호스트 아키텍트 포럼 주제를 '카페'로 잡은 이유는?

카페가 차를 마시고 얘기하는 공간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선한 영향력을 일으켜서 도시 재생에도 일조한다. 건축물 하나가 문화 공간인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마을 전체가 문화적 이슈가 되기 때문에 도시 재생이나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스케일이라는 영화제 전체 주제를 반영하는 구체적인 공간 중 하나로 카페를 잡았다. 새 건물에서 잘 되는 카페도 있겠지만 1970년대, 1960년대 가옥을 리모델링해서 빈티지(낡고 오래된 것) 느낌으로 만든 카페도 최근 인기가 많다. 젊은 세대는 현대 건축물을 늘 접하지만 과거 건축물을 경험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카페를 통해 옛 건축물을 즐길 수도 있다."

제15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포스터. (자료=대한건축사협회)
제15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포스터. (자료=대한건축사협회)

Q 이번 영화제에서 '브릭하우스'라는 어린이 초청 행사를 했다. 어떤 취지로 마련한 행사인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봤다. 대부분 영화 관련 콘텐츠가 성인을 위한 건데 미래 건축주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행사를 마련했다. 아이들 스스로 어떤 조건 없이 브릭(장난감 벽돌)을 활용해 다양한 건축 모형을 만들어 볼 수 있게 했다. 다만 아이들 작품을 우리가 평가하지는 않았다. 브릭하우스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못 거둔 친구가 더 훌륭한 건축사가 될 수도 있는 거다. 건축이란 건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가지고 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건축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Q '한옥투어'와 '한옥영화 상영'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한옥은 건축적으로 어떤 가치를 가지는가?

"옛 우리의 양반집을 보면 행랑채와 안채, 사랑채 등 공간이 마당을 통해 연결되고 건물이 떨어져 있지만 대청마루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 이런 구조를 통해 분리와 연결의 조화를 볼 수 있다. 또 옛날 민가를 보면 기후에 따라 일(一)자 형식도 있고 기역(ㄱ)자 형태도 있다. 북으로 가면 집이 네모 모양이 된다. 추운 지역에서는 건물이 뭉쳐 있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에 네모 구조가 되고 남쪽으로 갈수록 건물이 일자로 펴진다. 좋은 건축은 보기 좋은 것보다 비용을 포함해 인간이 생활하는 데 가장 적절한 건축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기후와 재료를 충분히 반영한 한옥을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한옥은 목(木) 구조인데 못을 하나도 안 쓰고 나무를 짜 맞춘 건축이어서 수명이 길다. 나무 기둥이 썩지 않게 한 조상들의 지혜로 많은 한옥이 콘크리트 건축물보다도 오래됐다.

Q 역대 프리츠커상 수상자에 대한 영화를 많이 준비했다. 우리나라 건축사가 프리츠커상을 받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바뀌어야 한다. 공공건축에서 프리츠커상이 많이 나온다. 건축물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느냐가 중요하다. 역대 수상자들을 보면 건축물을 통해 도시를 새롭게 변화시키거나 꾸준히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영향력 있는 공공건축을 설계한 사례가 있다. 주택 재건축 예산 문제 때문에 골조만 100%를 만들고 실제 사람이 사는 공간은 50%만 만든 뒤 입주자에게 나머지 50%를 만들도록 한 칠레 건축사도 있다. 예산 문제를 지역사회와 함께 효과적으로 해결하면서도 집집마다 디자인이 다른 독특한 건축물을 탄생시킨 사례다. 이처럼 건축가의 역할이 개별 건축물을 넘어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김창길 집행위원장.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김창길 집행위원장. (사진=대한건축사협회)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