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최저임금·주52시간제 이중고 '쩔쩔'
수출기업, 최저임금·주52시간제 이중고 '쩔쩔'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3.07.0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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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75.5% "2024년 최저임금 인하·동결 주장"
중소 2곳 중 1곳, 주52시간제…생산 차질 발생
한국무역협회 로고.
한국무역협회 로고.

수출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시행으로  경영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는 9일 수출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임원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저임금·근로시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환경 변화가 수출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2024년 최저임금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시점에서 매년 인상을 거듭하는 최저임금과 주당 근로시간 제한 등으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달하기 위해 작성됐다.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27.8% 상승했으며 물가 상승효과를 고려한 실질 최저시급 기준으론 35.2%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32개국 중 6위를 기록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신규 채용을 축소·폐지(41.2%)하거나 자동화를 통한 기존인력을 대체(28.8%)해 일자리 축소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의 꾸준한 인상으로 매출·영업이익 등 경영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도 52.1%에 달했다.

수출 중소기업의 34%는 경영 실적에 별다른 영향은 없다고 밝혔지만 주휴수당 폐지나 업종 또는 내·외국인 차등적용을 전제로 한 합리적 최저임금 제도 운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4년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수출 중소기업 CEO·임원의 75.5%는 동결 또는 인하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대외 변동성이 큰 업무 특성을 고려해 연장근로시간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해달라고도 건의했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수출 중소기업 절반 이상인 56%가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문제가 보통 수준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85.1%에 달했다.

대표적 문제는 △근로자들의 투잡 만연·생산성 저하(22.1%) △납품 생산량 또는 납기 준수 불가(18.8%) 등으로 수출경쟁력을 악화하는 요인이었다. 개선 방향으로는 응답자의 42.1%가 월·분기·반기·연 단위 등으로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 수출 회복이 기대되는 시점에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최저임금은 일자리가 축소되지 않도록 생산성과 우리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고려해 책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일본·영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의 수요 변동에 생산이 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실질 근로시간이 늘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