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업가정신 1주년' 참여기업 76개서 756개로 증가
'신기업가정신 1주년' 참여기업 76개서 756개로 증가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5.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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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회적활동 공감대 전방위 확산…국민 '기업호감도' 늘어
ERT 회원기업의 실천성과 측정 연구결과 조만간 발표 예정
신기업가정신 1주년 설문조사 결과.[이미지=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 1주년 설문조사 결과.[이미지=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의 개념이 등장한지 1년이 지나면서 기업의 사회적 활동과 역할을 당연시하고 경영에 내재화하는 사회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일자리와 이윤창출이라는 경제적 가치 중심의 ‘기업가정신’에서 나아가 직접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사회발전 과정에 참여하는 ‘신기업가정신’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신기업가정신이란 기업이 쌓아온 다양한 기술과 문화를 바탕으로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사회발전을 이끈다는 것이 핵심 비전이다. 지난해 5월 선포식 통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등이 다함께‘기업선언문’에 서명하고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해 적극 알려지게 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출범 1주년을 맞아 ERT 멤버 16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결과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향후 경영과정에 반영할 것인지를 물어보니 대기업들은 기업선언문에 포함된 5가지 실천명제의 전 분야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응답했다. 신기업가정신 실천을 위한 기업활동의 정수를 담고 있는 기업선언문은 기업의 혁신·성장, 윤리경영, 조직문화,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 발전 등 5가지 실천명제를 두고 있다. 대기업들은 친환경 경영을 첫 순위(80%)로 꼽았다. 혁신·성장과 지역사회 발전에 대해서도 73.3%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중견·중소기업 역시 모든 분야에서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 중 혁신·성장에 대한 우선순위가 가장 높았다(74.4%).

신기업가정신의 5가지 명제 중 기업들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대기업들은 친환경 경영 분야(76.7%)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한 반면 중견·중소기업들은 혁신·성장(75.2%)에 대한 필요성을 가장 높게 꼽았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기업들의 사회적 참여,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증가하고 있어 기쁘다”며 “지구도 살리고 기업도 번영하는 환경경영으로 사랑받는 기업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바라보는 인식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상의가 지난 2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55.9로 나타났다. 이는 기준점인 50을 상회하는 것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개선(2013년 48.6)된 결과다. 경제계는 모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100)을 목표로 계속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국민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ERT 활동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지속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기업가정신 실천을 위한 기업활동과 기여는 ERT에 참여하는 기업규모에서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작년 5월 출범 당시 삼성전자, SK, 현대차 등 한국의 대표기업 76개로 시작한 ERT는 현재 10배 가까이 늘어난 756개사로까지 확대되었다.

지역 경제계의 참여가 늘며 전국적인 확산도 함께 진행됐다. 지난 1년간 지역 경제계 중심으로 20여차례의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이 개최됐다. 이를 통해 전국 상공회의소의 절반 가까운 33개의 지역상의가 이 활동에 동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각 지역상의에서는 오름 클린 데이(제주), 제로 플라스틱 Year(창원), 지역문화예술인 후원(대구) 등 자체적인 실천아이템인 지역챌린지를 정해 지역의 기업들과 함께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ERT의 실천활동 과정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 ERT 멤버들의 동시참여에 초점을 맞춘 ‘지역 살리고, 환경살리고’같은 공동실천 아이템에서 올해는 좀더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는 ‘다함께 나눔프로젝트’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한상의는“특히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다함께 나눔프로젝트를 통해 국민안전, 청소년 지원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업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함께 나눔프로젝트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사회공헌 분야와 지역, 기부내용 등을 선택해 프로젝트를 제시하면 문제해결 취지에 공감하는 다른 ERT 멤버들이 자율적으로 동참하는 내용이다. 지난 3월 소방관복지 지원을 위해 현대차그룹과 효성그룹이 힘을 합쳤다. 4월에는 위기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SK그룹, 신한은행, 이디야커피가 심리건강, 인턴십, 금융지원 등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상의는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후속참여를 원하는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니 연말까지 계속 이어질 다함께 나눔 시리즈를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문화예술 등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지역경제계 활동을 홍보하는 이벤트도 준비중이다. 지역축제나 행사와 연계해 기업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조만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ERT 출범 이후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과거의 대외적인 선언을 넘어 직접적인 실천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다양한 산업과 지역사회에 분포된 ERT 멤버들의 참여로 환경, 사회문제 해결과 더불어 국가경제와 지역사회의 발전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기업의 실천활동을 진단하고 실천성과를 국민들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성과측정 체계를 마련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려대학교 ESG연구원과 함께 대기업들이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는 5가지 실천명제별로 기업의 대표적인 활동을 점검할 수 있는 측정지표를 마련하고, 경제계 실천의 평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상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신기업가정신 체계를 갖추기 위해 국제 협력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유럽의 CSR과 ESG라는 용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기업의 활동을 엮어 신기업가정신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상의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미국 경제계 대표단체인 BRT(Business Round Table)의 고위층과 만남을 통해 신기업가정신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발전에 대해 양 기관간 협력방안에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난 1년은 신기업가정신 개념을 알리고, 실천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과정이었다”며 “향후 ERT 활동은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협력도 강화하도록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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