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매출 꺾인 백화점, 도넛·라면도 모셔온다
명품 매출 꺾인 백화점, 도넛·라면도 모셔온다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04.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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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성장세 주춤…신규 먹거리 찾기 골몰
노티드·신라면·디즈니 팝업 스토어로 MZ 유인
롯데백화점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노티드 월드 매장.[사진=롯데쇼핑]
롯데백화점이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노티드 월드'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사진=롯데쇼핑]

고급스러움의 대명사인 백화점의 문턱이 낮아졌다. 그간 백화점에서 보기 힘든 로드 숍 또는 생필품 브랜드를 소개하는 팝업·플래그십 스토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명품 등 보복소비로 고공 행진하던 성장세가 꺾이자 차별화된 콘텐츠로 이목을 사로잡아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3사가 명품·리빙을 넘어설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특히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겨냥한 이색 콘텐츠 발굴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는 올 들어 각 사의 매출 상승폭이 둔화된 것과 연관이 깊다. 실제 신세계(매월 잠정실적 공시)의 2023년 1분기 총매출은 1조2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하지만 전년 대비 13.0% 증가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4분의1 수준이다.

업계는 보복소비 핵심 카테고리였던 명품·리빙 매출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고 있다. 명품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40%대였지만 올해는 10%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3년 2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백화점 명품 상품군 매출 신장률은 2.1%였다. 2022년 2월 32.5%보다 대폭 하락했다.

백화점 3사는 도넛과 라면, K(코리아)-POP(팝) 등의 팝업·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이색 체험을 제공하면서 매출까지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롯데는 지난 달 말 잠실 롯데월드몰에 340평 규모의 ‘노티드 월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곳은 컵케이크와 40여종의 굿즈를 판매한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을 게시할 수 있도록 매장을 조성해 MZ세대의 인증샷 욕구를 자극한다.

롯데는 또 14일부터 23일까지 롯데월드몰에서 ‘라인프렌즈 럭키하우스’ 팝업을 연다. 팝업은 초록색 네잎클로버를 활용해 꾸몄고 입구에 약 3.5미터(m) 높이의 ‘레니니’ 인형을 설치했다. 1000여종에 이르는 인기 캐릭터 굿즈도 만날 수 있다.

신세계 강남점에서 운영되는 '신라면 굿즈 팝업'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신세계]
신세계 강남점에서 운영되는 '신라면 굿즈 팝업'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신세계]

신세계 강남점은 오는 26일까지 농심 ‘신라면’과 ‘배홍동’ 팝업을 연이어 연다. 백화점 업계 첫 라면 브랜드 팝업이다. 우선 13일부터 19일까지 홍원표 작가와 농심이 협업한 신라면 팝업을 운영한다. 해당 팝업에서는 신라면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입힌 굿즈를 소개한다. 20일부터 26일까지는 푸드트럭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배홍동 팝업이 운영된다. 신세계는 이 기간 동안 배홍동 디자인 굿즈를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한다.

신세계는 앞서 센텀시티점 하이퍼 그라운드에서 대표 캐릭터 ‘푸빌라’와 EBS ‘펭수’ 팝업을 열기도 했다.

현대는 더현대 서울 오픈과 동시에 팝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더현대 서울 오픈 2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팝업 스토어 리포트’를 살펴보면 더현대 서울은 2021년 2월부터 2022년까지 총 321개의 팝업을 진행했다. 아이돌그룹 뉴진스, 트로트가수 영탁, 유튜버 다나카, 일본만화 슬램덩크 등도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으로 선보인 콘텐츠다. 영탁 팝업은 오픈 첫 주 주말에만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는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 컴퍼니와 공식 ‘디즈니 스토어’ 운영권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그 일환으로 현대는 7월 판교점에 한국 공식 디즈니 스토어를 론칭한다. 현대는 이를 통해 팝업·플래그십 스토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앞으로도 백화점 3사의 이 같은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쇼핑의 재미를 더할 이색 콘텐츠를 기획하는 추세다. 특히 MZ세대에게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매출 신장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서울에서 운영됐던 '다나카 팝업'이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서울에서 운영됐던 '다나카 팝업'이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현대백화점]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