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미·러 핵군축조약 참여중단 선언… "미 핵실험시 우리도"
푸틴, 미·러 핵군축조약 참여중단 선언… "미 핵실험시 우리도"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02.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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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대한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조약이다.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감축하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해오던 양국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찰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한 때인 2022년 8월 미국이 핵사찰 재개를 요청했으나 러시아는 코로나를 이유로 거부했다. 

조약은 한 차례 연장을 거쳐 2026년 2월까지 유효하다. 연장을 위한 논의가 있어야 하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협상이 답보 상태다. 

지난달 30일 러시아는 2026년 기간 만료 후 대체 조약없이 뉴스타트를 종료할 수도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 

경고 후 이날 푸틴 대통령은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우크라 지원을 주도한 데 따른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누구도 세계 전략적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조약에 따른 사찰을 허락받지 못했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사찰을 허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다"고 위협했다. 

다만 조약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며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를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쟁과 관련한 서방의 책임론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가 전쟁 이전부터 서방과 무기 공급에 대해 의논했다.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서방이고 이를 억제하려 한 것은 우리였다"며 "서방이 지역 분쟁을 글로벌 분쟁으로 확대하려 한다. 우크라에서 확전의 책임은 서방 엘리트에게 있다"고 말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