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추락' 전경련 구원투수 손경식 회장 무게
'위상 추락' 전경련 구원투수 손경식 회장 무게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3.01.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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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큰어른' 손 회장, 혁신 적임 평가
하마평 오른 회장단 차기 회장직 고사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12일 열린 ‘주요기업 CHO 간담회’에서 인사말하는 모습.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12일 열린 ‘주요기업 CHO 간담회’에서 인사말하는 모습.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차기 회장 후보자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물망에 오른 회장단이 회장직을 맡을 의사가 없다며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위상이 추락한 전경련을 쇄신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따라서 그동안 경제단체 쇄신을 강조해 온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에게 이목이 쏠린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 회장단과 회원사들은 다음달 23일 정기총회에서 후임 회장을 선출한다.

앞서 허창수 회장이 다음달 임기 만료를 끝으로 회장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권태신 부회장도 함께 물러날 예정이다. 지난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끈 허 회장은 임기 만료 시기마다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회장직을 맡아왔다. 

그동안 차기 회장은 회장단에서 선출된 관행을 볼 때 이번에도 회장단에서 추대될 가능성이 높다. 회장단 구성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인물은 없다.

그동안 이웅열 명예회장과 김윤 회장이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최근 전경련 회장단 회동에서 조직 쇄신 방안과 운영 계획 논의 등을 이끄는 혁신위원장으로 추대됐다. 김윤 회장은 전경련 내 K-ESG(환경·사회·지배구조) 얼라이언스 의장을 맡고 있다. 이들 회장은 전경련 내 핵심 역할을 맡으며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 회장은 최근 차기 회장직 고사의 뜻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간판.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간판.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특히 위상이 축소된 전경련의 대대적 쇄신을 맡아야 하는 중책에 차기 회장직 의사를 선뜻 밝히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재계에서 위상이 추락했다. 전체 회비의 절반가량을 내는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이 탈퇴했다. 지난해 연말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 5단체장 만찬에 허 회장은 빠졌다. 허 회장은 최근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도 제외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아직 시기상 뚜렷한 인물이 나오진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 선출은 회장단에서 의견 교환 후 추대하는 구조인데 지금 단계에서 나서려는 인물은 없을 것”이라며 “(다음달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아직 시기상으로 구체화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뚜렷한 차기 회장 후보가 떠오르지 않자 손경식 경총 회장이 다시 주목받는다. 손 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되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 회장은 그동안 경제단체의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재계 큰 어른 역할을 자임했다. 그는 전경련과 경총의 통합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국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미국의 해리티지재단과 같은 민간 싱크탱크가 돼야 한다는 구상이다.

물리적 걸림돌도 없다. 손 회장은 경총 회장 임기가 내년 2월까지지만 사단법인인 전경련과 경총 회장직을 겸직할 수 있다. 전경련과 경총 정관에도 겸직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손 회장은 전경련의 4대 그룹 재가입을 이끌 리더십, 그동안 경제단체를 이끈 이력을 고려할 때 전경련 쇄신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은 4대 그룹과의 관계가 워낙 좋다. 4대 그룹을 전경련에 끌어올 인물은 손 회장밖에 없다”며 “정경유착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인물로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경총 외에도 대한상의 회장도 역임, 이미 경제단체 2곳에서 회장직을 맡았다.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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