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금감원장, 우리금융지주 낙하산 외압 말라"
한국노총 "금감원장, 우리금융지주 낙하산 외압 말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11.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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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 겨냥한 말 자체가 외압이고 월권…낙하산 시도 시 강력 투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전날 성명을 통해 “금융권에 또다시 '관치'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장의 말 자체가 외압이고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14일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혹여 어떤 외압이 있다면 제가 정면으로 막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은 이달 9일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징계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중 문책경고는 3∼5년 동안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기 위해선 법원에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실제로 이 원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직과 관련해 “정치적 외압은 전혀 없다”면서도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손 회장의 징계 불복 소송과 이를 통한 연임 도전에 사실상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한국노총은 “이 원장의 이런 말 자체가 외압이고 월권”이라며 “특정인을 꼭 집어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을 하라 말라 하는 것은 금감원장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된 우리금융 부실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것은 정부와 감독기관”이라며 “사모전문운용사에 대한 인가제를 등록제로 바꿨고, 일반 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최소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등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규제를 완화하며 금융산업의 투기를 부추긴 장본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손 회장에 중징계를 내린 것 자체가 우리금융 CEO 자리를 노리는 외부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투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