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 시대…연내 3.5% 가시화
기준금리 3% 시대…연내 3.5% 가시화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2.10.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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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 "성장세 하락 예상, 고물가 지속"
美 FOMC 두 차례 남아…韓美 금리역전 불가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배태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배태호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했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다음 달 남은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오전 9시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기준금리는 2.50%에서 3.00%로 지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다시 열게 됐다. 

또 지난 4월과 5월, 7월과 8월에 이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다섯 차례 연속 인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지난 7월 최초로 빅스텝(한 번에 0.50%p)을 밟은 한은 금통위는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0.50%p 올리면서 사상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3.00%로 올라서면서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다시 좁혀졌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3.00~3.25%로 최대 0.75%p까지 벌어졌지만, 이번 금통위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격차는 다시 0.00~0.25%p로 좁혀졌다.

한은 금통위가 지난 7월에 이어 석 달 만에 다시 빅스텝을 밟은 것은 계속되는 인플레이션과 한미 간 금리 역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 이후 2월 3.7%, 3월 4.1%, 5월 5.4%, 6월 6.0% 등 국내 물가는 계속 오름세를 보였다. 이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5.7%, 9월 5.6% 등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한은의 물가 관리 목표인 2.0%를 두 배 넘게 웃도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지난 7월부터 8월과 9월까지 석 달 연속 4%대를 이어가, 내년에도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란 점에서 이번 금통위 선택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하겠단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미 간 기준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 역시 금리 인상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국내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다시 해외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 달러 감소로 현재 1달러당 1430원 안팎을 오가는 고환율 현상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해외 수출품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수출 확대 등 플러스(+)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원자재 및 중간재 등 수입 시 원가 부담은 한층 커지게 돼 생산자 물가 상승을 이끌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다시 소비자 물가 상승이란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이후 진행한 기자설명회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더군다나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해 오는 11월과 12월 예정된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당장 다음 달 열리는 FOMC에서 0.50%p 인상을 넘어선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p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2월 열리는 FOMC에서는 자이언트스텝은 아니지만, 빅스텝은 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상현 DGB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으로)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은 11월 FOMC 회의까지 이어질 것이 분명하지만, 12월 FOMC 회의부터는 금리 인상 기조에 변화가 일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지표를 고려하면 12월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이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자이언트스텝에서 빅스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3.00~3.25%)보다 0.75%p 오른 3.75~4.00% 수준에 이른다. 여기에 12월 마지막 FOMC에서도 빅스텝을 밟으면 4.25~4.5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마지막 회의를 남겨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로서는 한미 간 금리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빅스텝 단행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다음 달 열릴 금통위 회의에서도 최소 0.25%p 인상은 기본 옵션이 될 수 밖에 없고, 상황에 따라서는 7월과 10월에 이어 세 번째 빅스텝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총재 역시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금년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