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격동 근현대사 품은 용산공원…곳곳에 간직한 역사의 흔적
[르포] 격동 근현대사 품은 용산공원…곳곳에 간직한 역사의 흔적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2.06.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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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없는 '오각형 너트 소화기'·일제 강점기 '나무 전봇대' 눈길
시민 염원 담은 바람개비 숲 장관…'경청 우체국' 통해 의견 수렴도
지난 13일 서울시 용산구 용산공원 입구. (사진=서종규 기자)

격동의 근현대사를 보낸 용산공원은 곳곳에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국내에선 볼 수 없는 '오각형 너트 소화기'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일제 강점기에 사용하던 '나무 전봇대'는 시계 바늘을 과거로 되돌린다. 대통령실 인근에는 시민 염원을 담은 바람개비가 숲을 이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경청 우체국은 '더 가까이 국민 속으로'라는 용산공원 철학을 보여준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옛 주한미군 주둔지 용산공원을 오는 19일까지 시범 개방한다. 시범 개방 기간 용산공원을 관람하려면 용산공원 홈페이지에서 방문 신청해야 한다.

지난 13일 오후에 방문한 용산공원에서는 많은 시민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용산공원은 과거 일제 강점기 일본군 병영으로 사용됐고 해방 후 6·25 전쟁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다.

지난 13일 용산공원 내 장군숙소. (사진=서종규 기자)
지난 13일 용산공원 장군숙소에 있는 나무 전봇대(왼쪽)와 오각형 너트 소화기. (사진=서종규 기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장군숙소'다. 미군 관사로 사용되던 장군숙소는 모두 단독주택 형태로 지어졌다. 국내에선 볼 수 없는 '오각형 너트 소화기'가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고 일제 강점기에 사용하던 '나무 전봇대'는 용산공원의 긴 역사를 실감케 했다.

지난 13일 용산공원 내 바람개비 숲. 뒤쪽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보인다. (사진=서종규 기자)

대통령실 앞뜰에 들어서자 관용 헬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또 앞뜰 인근에는 시민들의 염원이 적힌 바람개비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공원 곳곳에 용산공원 관련 국민 의견을 듣는 '경청 우체국'도 설치돼 있었다.

지난 13일 용산공원 내 미군 자녀 학교와 놀이터. (사진=서종규 기자)

미군 주둔지였음을 보여주는 영어 교통 표지판이 눈에 띄었고 주차 공간과 접근 금지 구역 등을 알리는 영어 안내문도 눈에 들어왔다. 과거 미군 자녀들이 이용하던 학교와 놀이터도 아직 그대로였다.

지난 13일 용산공원 대통령실 앞뜰에 전시된 관용 헬기. (사진=서종규 기자)

각종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푸드트럭 앞에는 시민들이 앉아서 음식을 먹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푸드트럭 인근에는 길거리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한 부스도 설치됐는데 이곳에서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투명 페트병 수거 체험'과 '친환경 수돗물 음용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필드'도 운영 중이다.

지난 13일 용산공원에 마련된 푸드트럭(왼쪽)과 쉼터. (사진=서종규 기자)

공원을 방문한 한 시민은 "미군 기지가 있던 곳으로 알고 있어서 딱딱한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쾌적하게 조성돼 있어 놀랍고 만족스럽다"며 "앞으로 완전히 개방된다면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용산공원 시범 개방 후 오는 9월 임시 개방 형태로 관람객을 받을 예정이다. 미군으로부터 부지 반환이 모두 완료되면 몇 년 내 완전 개방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3일 용산공원 내 산책로. (사진=서종규 기자)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