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증권사 장수CEO] 불황 모르는 3인방, 체질개선 '고군분투기'
[창간특집-증권사 장수CEO] 불황 모르는 3인방, 체질개선 '고군분투기'
  • 김보람·이민섭 기자
  • 승인 2022.06.0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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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만 미래에셋 회장·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정영채 NH투자 사장

기업 생존에 있어 어느 때 보다 CEO(최고경영자) 역량이 중요해졌다. ‘샐러리맨의 신화’, ‘구조화의 달인’, ‘디지털 혁신 통’ 등으로 익히 알려진 증권업계 CEO 3인방의 연임이 눈길을 끈다. 각 CEO는 시대를 앞서는 디지털 전환은 물론 주주환원정책과 윤리 경영, 평면적 조직문화 등을 구축하며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가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이들의 이유 있는 연임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CEO와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정영채 NH증권 사장은 격변의 시대에 승승장구하는 업계 대표 3인이다. 이들이 구축한 각각의 전략은 체질개선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세계 경제는 최근 3년간 코로나19 창궐과 팬데믹, 위드코로나 등 휘몰아치는 대격변기를 겪고 있다. 금융권 역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체질 개선에 고삐를 죄며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혁신하지 않은 기업은 늙고, 늙어가는 기업은 경쟁력을 읽고 좌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사진=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사진=미래에셋증권)

◇샐러리맨 신화…최현만, 퇴직연금 왕좌 수성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의 수식어는 다양하다. ‘샐러리맨의 신화’, ‘6번 연속 연임’, ‘발로 뛰는 영업통’ 등 미래에셋 창립 멤버로 시작해 18년째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올라오며 새긴 훈장이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샐러리맨에서 전문경영 타이틀과 함께 금융투자업계 첫 회장 자리에 오르며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샐러리맨의 신화로 칭송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실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조48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첫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돌파라는 새역사를 썼다.

당기순익은 전년 대비 42.29% 상승한 1조1872억원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 말(157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5년 만에 75.4배 불어난 셈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증권업계로는 처음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17조원을 돌파하며 ‘미래에셋증권=퇴직연금’이라는 왕좌를 수성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배경에는 최 회장의 경영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또 대우증권 인수합병(2016년) 효과가 순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도 국내외 수수료 수입 지속 증가, 리스크 관리를 통한 안정적인 운용 손익, 대형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IB 딜의 성공적 수행, 해외법인의 수익 기여 등 전 부문 고른 성장을 통해 코로나19라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호실적을 이어왔다.

최 회장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변화들이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신뢰가 동력이 돼야 한다”며 “금융 윤리의 재확립은 신뢰를 다지는 첫걸음이며 모든 금융인이 윤리의 바탕 위에서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로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 회장은 윤리 경영을 기반한 이용자 중심 경영 확대에 집중하며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위한 혁신도 거듭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국내 금융투자회사로서 처음으로 임직원 금융 윤리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 윤리 교육은 금융사 임직원으로서 알고 지켜야 할 내용으로 구성해 투자자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교육 대상 전체 임직원 3544명 중 3520명은 윤리 교육 인증서를 받았다.

또 증권사 처음으로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취득하며 지난해 12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오픈하며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처음으로 올인원(All-in-One) 투자진단보고서를 통해 여러 증권사에 흩어져 있는 보유종목을 한눈에 확인하고 이용자의 투자 패턴과 성과를 분석해 제공하고 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사진=메리츠증권)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사진=메리츠증권)

◇인재중심 경영 본보기…‘승부사’ 최희문 저력 입증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2009년 10월 메리츠증권에 부사장으로 부임, 2010년 합병 법인의 대표이사 내정을 시작으로 4연임에 성공하며 12년간 메리츠증권을 이끄는 장수 CEO에 이름을 올렸다.

최 부회장이 장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는 실적이다. 최근 3년간 최희문호(號) 메리츠증권은 꾸준한 실적 증가세를 기록했다.

2019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조9126억원, 6799억원을 달성했다. 이후 △2020년 16조6049억원, 8280억원 △2021년 23조2474억원, 9489억원 등이다. 이 기간 매출은 평균 62.85%, 영업익은 18.15%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최 부회장의 장수 성공 비결로 ‘구조화의 달인’, ‘사업성을 보는 눈이 탁월한 CEO’를 꼽는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토론을 즐기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도 회자되고 있다.

메리츠는 주 1~2회 각 사업부에서 올라온 딜(Deal) 내용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딜 리뷰(Deal Review)’ 회의를 진행한다. 최 부회장은 회의 전 10여건 이상 안건을 사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담당자 이상으로 안건에 대해 철저히 숙지해 실무자를 당혹케 한다는 후문이다.

사업을 보는 눈도 탁월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사가 부동산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을 무렵 부동산 PF 사업에 나서 메리츠의 주요 수익원으로 만듦과 동시에 부동산 관련 사업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일궈 부동산 강자로서의 입지도 구축했다.

그는 인재 중요성 강조를 위해 “금융의 경쟁력은 곧 사람”을 설파한다. 부임 초 합병 과정을 직접 챙기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내 방송을 통해 “우리는 세전이익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는 인적 자원과 리소스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특히 ‘능력 있는 프로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인재를 존중하고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메리츠증권은 영업 직원 수는 2009년 말 887명에서 지난해 말 1501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세전이익도 같은 기간 10배 이상 늘어난 1조원을 달성했다. 최 부회장의 인재 중심 경영이 통한 셈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기업금융과 홀세일, 트레이딩, 리테일 등 전 부문에 걸쳐 안정적인 수익을 이뤄내며 올해 3월 주총에서 4연임을 확정지었다.

연임 확정과 동시에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1분기 증권사 업황이 부진하며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한 상황에서 나홀로 실적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저력을 재차 확인시켰다.

최 부회장의 이 같은 노력이 동반된다면, 오는 2025년 3월 임기 종료 이후에도 5연임까지 노려 장수 CEO 반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디지털 혁신 방점…정영채, 자타공인 ‘IB통’

증권업계 자타공인 IB전문가로 손꼽히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장수 CEO 반열에 이름을 올려도 손색이 없다. 2018년 첫 임기를 시작으로 올해 3월 주총에서 3연임을 확정 지은 까닭이다.

정 사장은 2018년 NH투자의 대표로 합류한 이후 줄곧 IB 리그테이블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인수금융과 M&A 사업 개척의 노력을 꾸준히 한 결과 업계에서 IB 비즈니스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평이 뒤따른다.

특히 취임 당시 5년 후 경상이익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취임 첫해 경상이익 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목표를 조기 달성하는 등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시켰다.

정 사장이 이 같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던 배경으로는 디지털 혁신이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데이터 기반의 증권사로 변신을 꾀했기 때문이다.

실제 정 사장은 데이터가 주도하는 자산관리 금융사 전환을 통해 전사 단위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용자, 시장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전략 대응하기 위한 7개 사업 부문별 디지털 TF를 구성했다.

특히 디지털 혁신을 위해 디지털혁신본부를 신설, 각 사업 부문별 비즈니스 특성과 혁신, 비전 등 방향성을 제시하고 개선과제를 발굴 및 실행, 지원하고 있다. 해당 본부는 지난해 말 플랫폼 혁신본부로 전환돼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혁신도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사의 보수적 문화에서 벗어나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해 직원 각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사내 분위기로 일신했다.

정 사장은 올해 불황 속에서도 이용자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시장의 대표 플랫폼 플레이어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전 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둔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조직 개편에 더해 지속가능한 플랫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자문역량 고도화를 통한 서비스 차별성 강화 △소비자 관점 콘텐츠·인프라 경쟁력 구축 △포트폴리오 확장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증권사로의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qhfka7187/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