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권력 갈등' 대우조선 박두선, 논란에도 적임자 '우세'
'신구권력 갈등' 대우조선 박두선, 논란에도 적임자 '우세'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4.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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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강화 '집중'…취임사 통해 '손익개선' 최우선과제
정권교체 갈등 속 '희생양' 우려…기업 추진력 상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사진=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사진=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신임사장이 신구 권력 갈등을 등지고 생산성 강화에 집중한다. 30년 이상 선박 생산 분야에 집중한 박 사장은 정치권 논란과 달리 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의 생산 안정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됐다.

5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박 사장은 지난달 29일 취임사를 통해 최우선 과제로 손익 개선을 꼽았다.

박 사장은 취임사에서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실적을 하반기에 반등시켜야 한다”며 “안정적 물량을 확보한 상태에서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가 가능해 하반기부터는 수익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이 무산되며 독자생존이란 과제를 안았다. 그는 생산력 강화를 통해 독자생존 과제를 풀어갈 전망이다.

필수 조건은 충족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18일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2척을 수주하며 올해 목표 수주액 89억달러의 약 40%인 34억7000만달러 수주 실적을 거뒀다. 이 같은 수주 실적은 조선업계가 코로나 여파 이후 발주량이 늘어나는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박 사장은 늘어나는 수주량에 맞춰 주특기인 생산 극대화에 나설 전망이다. 박 사장은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 졸업 이후 지난 1986년 대우조선해양 전신인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해 선박생산운영담당 상무, 특수선사업본부장, 조선소장 등을 거치며 선박 생산관리 분야를 주로 맡았다. 36년 경력의 ‘현장통’으로 불리는 박 사장이 조선업 호황기에 생산성 향상으로 대우조선해양 경쟁력을 높일 적임자로 꼽힌 이유다.

박 사장은 생산 극대화 방법으로 현장 중심 경영을 펼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취임사에서 “더 낮은 자세로 직원 목소리에 한 번 더 귀를 기울이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며 “현장에서 직접 현물을 보며 직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사장은 취임 직후 신구 권력 다툼으로 초기 추진력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 사장 인선을 현 정부의 ‘알박기 인사’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박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점을 내세웠다. 현 정부 들어 상무에서 사장까지 ‘초고속 승진’했다는 논란도 있다. 인수위가 감사원 조사를 요청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산업은행 지분이 55.7%인 대우조선해양에서 박 사장이 신구 권력 기 싸움의 희생양이 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불거진 사장 선임 논란의 재현이란 해석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우조선해양은 사장 인선 논란에 휘말렸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첫 취임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 이례적으로 연임된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이명박 측근으로 분류됐다. 남 전 사장은 연임 이후 이명박 대통령 친구로 알려진 천신인 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 사장 연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남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남동생 고(故) 김재정씨와 중학교 동창으로 어린 시절부터 김 여사와 친분이 있었다는 논란이 꼬리표를 달았다.

남 전 사장에 뒤를 이은 고재호 전 사장도 연임 논란과 함께 분식회계를 통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남 전 사장, 고 전 사장의 연임, 취임은 모두 이명박 정부 시절과 맞물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박 사장 선임 논란과 관련해 당시 비판받던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에 대한 보수 정권의 일련 보복 비판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번 박 사장의 인선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언론의 지적은 도를 넘은 수준”이라며 “박두선 사장은 지회의 입장을 벗어나지 않기에 사장 선임을 반대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박 사장 인선에 대해 찬성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