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만약'을 들먹이는 썩은 경영자들
[기자수첩] '만약'을 들먹이는 썩은 경영자들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2.01.26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산업현장 인재(人災)다!’

HDC현대산업개발 신축공사 붕괴 사고에 이어 포스코 포항제철소 안전감시자 충돌 사고,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끼임 사고까지. 모두 안전 미숙이다. 10대 대형건설사, 철강업계 1위,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1위 조선그룹이란 점에서 충격적이다.

여기에 새해 1월1일 귀뚜라미 아산공장 화재를 시작으로 SK에너지 울산공장과 최근 효성티앤씨 울산공장 화재까지 모두 대기업에서 안전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더 큰 충격은 모두 1월 한달 내 발생했다는 점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내일(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앞서 발생한 이들 사고에 대해선 경영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됐을 경우 이들 경영자는 징역으로 쇠고랑을 찬다. 기업은 수십억 벌금에 공표까지 중대재해기업이란 꼬리표를 달게 된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기업들과 경영자들 태도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연이은 사고가 나자 이들은 “만약”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이같은 사고들이 2월에 발생했더라면 기업은 망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두렵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걸리면 끝장이다. 망한다. 본보기가 되는 1호만은 피하자” 등의 말을 쏟아냈다.

그 어느 기업인도 향후 진행할 안전사고 방지 방침을 앞세워 얘기한 곳은 없었다. 직원 목숨 걱정보다 자신의 구속 걱정을 더 우선시 하고 있다는 걸 표출한 꼴이다. 사고에는 ‘만약’은 없다. ‘두렵다’는 표현은 안전하지 못한 곳에서 죽음의 위협을 받으며 일하는 현장 직원들이 써야 하는 말 아닐까?

중소기업계는 더 심하다. 법 시행 3일을 앞두고 또다시 인력부족과 안전시설비용 마련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물론 중소기업계 입장에선 애매한 기준 등으로 어려운 게 분명하다. 하지만 법 시행 공표 후 지금까지 뭘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이 역시 그동안 안전 전문가도 없이 노동자들을 일터로 내 몰았다는 걸 인정한 꼴이다.

대기업들은 대형로펌에 거액 자문료를 내가며 궁리 찾기에 나섰다는 말도 나온다. 한숨이 나온다. 그 자금을 기업 현장의 안전 예방에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게 아닐까?

썩은 경영인들의 불합리하다는 하소연이 안전사고 예방 본래 취지를 흐리게 만들고 있다.

사고는 발생하지 않게 철저히 예방하면 된다. 그러면 그 누구도 다치지 않는다. 사고에는 만약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명사고는 단 한 번도 용서가 안 된다는 게 취지다. 그것이 맞다.

kja33@shinailbo.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