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스' 신개념 모빌리티 새로 정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자동차, 로봇과 가상공간을 연결한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가상공간 경험이 현실에서 이뤄질 수 있는 미래 모습을 그렸다. 메타모빌리티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모빌리티의 합성어다.
자동차는 가상공간에 접속하는 스마트 기기로 변신한다. 사용자는 가상의 집에 접속한 뒤 로봇과 연동해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산책을 시킬 수 있다.
또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자동차는 엔터테인먼트 공간, 업무를 위한 회의실, 3차원(D)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으로도 변신한다.
정 회장은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CES 2022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로보틱스는 더 이상 머나먼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하기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로보틱스를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이자 신개념 모빌리티로 새롭게 정의했다.
정 회장은 구체적으로 사용자 이동 경험이 혁신적으로 확장되는 ‘메타모빌리티’,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 인간을 위한 ‘지능형 로봇’ 등을 제시했다.
◇가상공간서 실제 공장 관리…PnD 모듈·모베드 공개
정 회장은 메타모빌리티와 관련해 로봇을 포함한 모든 기기와 장비들을 연결해 사용자가 가상공간에 접속하고 실제 공장을 운용·관리할 수 있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로봇의 대리 경험을 사용자가 직접 느끼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단계서는 후각, 촉각 등 로봇이 수집하는 다양한 감각 데이터가 사용자에게 그대로 전달돼 사용자가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정 회장은 사물의 크기, 형태와 무관하게 움직임을 제공하는 첨단 로보틱스 기술도 선보였다. 이를 통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MoT 생태계를 구현한다는 복안이다.
정 회장은 PnD(Plug & Drive) 모듈을 CES 2022에서 처음 공개했다. 이 모듈은 인휠(in-wheel) 모터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환경인지 센서를 하나로 결합한 일체형 모빌리티다. PnD 모듈은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를 바탕으로 지능형 스티어링, 주행, 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연속적인 360도(°) 회전과 함께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PnD 모듈은 다양한 사물에 부착해 이동성을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작은 테이블부터 커다란 컨테이너에 이르기까지 범위의 제한이 없다. 또 크기와 개수를 자유롭게 조절 가능하다.
정 회장은 DnL(Drive & Lift) 모듈이 적용된 신개념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Mobile Eccentric Droid)’도 공개했다.
DnL 모듈은 각 휠이 독립적으로 기능하며 각 휠에 장착된 모터가 몸체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돼 원하는 기울기를 확보할 수 있다. 납작한 직육면체 모양의 몸체에 DnL 모듈 기반의 네 개의 바퀴가 달린 모베드는 요철, 계단, 경사로 등에서 몸체를 수평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휠베이스와 조향각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로보틱스 기술 활용 인간 한계 극복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등을 통해 로보틱스 기술도 소개했다.
스팟은 각종 센서, 카메라 등을 탑재해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다. 고온, 혹한 등 극한 상황이나 자연 재해 지역, 방사능 오염 지역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한 곳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형태와 움직임을 갖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 신속한 물류 처리를 위한 물류형 로봇 스트레치(Stretch) 등도 인간 편의를 위해 다양하게 활용된다.
정 회장은 인간의 신체장애를 보조하고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켜 줄 벡스(VEX; Vest Exoskeleton) 등 웨어러블 로봇도 공개했다.
웨어러블 로봇 기술 기술이 보편화되면 인간은 무거운 물체를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다. 산업현장에 적용되면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작업자의 상해 가능성과 피로도를 낮춰준다. 일상생활에서는 이동 약자의 편의가 개선될 수 있다.
◇372평 규모 전시 공간 마련…로봇 실물 공개
현대차는 이번 CES 2022 기간 동안 약 372평 규모의 공간을 마련하고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물을 선보인다.
‘리얼리티 존(Reality Zone)’에서는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 모빌리티, 로지스틱스 모빌리티, L7 등 PnD 모듈을 기반으로 하는 4종의 콘셉트 모델과 모베드를 전시한다. 스팟,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 등 2종의 로봇 실물도 함께 관람객들을 맞는다.
전시관 중앙 무대서는 1일 3회, 약 20분에 걸쳐 관람객들에게 로보틱스 비전을 소개한다. 스팟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스팟 댄스 퍼포먼스’와 퍼스널 모빌리티, L7, 모베드 작동 시연으로 구성된 ‘로보틱스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더불어 현대차는 관람객들이 개인화 된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 존(Metaverse Zone)’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