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민의힘, 박근혜 사면 대응?… 정계원로 대거 상임고문 위촉
[이슈분석] 국민의힘, 박근혜 사면 대응?… 정계원로 대거 상임고문 위촉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1.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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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복당 승인… 정의화·황우여·김무성 등 상임고문 추대
정치권서 '선별 사면론'… 친이·친박 영입 '갈등 최소화' 해석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온라인 영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된 2021년 신년인사회에 국회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온라인 영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된 2021년 신년인사회에 국회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7일 김태호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승인하고, 정의화·황우여·김무성·이윤성·정갑윤·안상수 전 의원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비해 두 전직 대통령 재임 당시 정계에서 활동했던 원로를 대거 내세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의결을 통해 김 의원 재입당을 승인하고, 정치 원로 6명을 상임고문으로 추대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무소속이었던 권성동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들어가자 복당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 의원이 복당하려면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소속 시·도당에 복당계를 제출하라는 게 지도부의 방침이었다.

친정으로 돌아온 김 의원은 "대한민국은 이데올로기(사상)의 온난화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도 더욱 춥거나 덥다"며 "변화를 바라는 분노의 외침이 들끓고 있는데, 그 변화에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겠다"고 소회했다.

동시에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안상수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도 이날 국민의힘 상임고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정계에서 두 전직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협력·지지하며 정치판을 이끌었던 거물급 인사다.

현재 정치권에선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과 관련해 청와대가 선별 사면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오는 14일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박 전 대통령 먼저 국민 여론을 수렴해 석방하고, 이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 권한의 사면이 아닌 법무부 소관의 형 집행정지를 검토하거나 석방을 잠정 보류할 것이란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 우선 사면론이 나오는 배경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면 제기 후 문재인 대통령 계파와 친문 지지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민의힘의 상임고문 위촉도 전직 대통령 사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보수층과 중도층을 끌어모으고, 극우와는 거리를 둔 상황이다. 중도층 민심이 지지율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야권에 분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례로 13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선 전두환 대통령의 '김대중 사면·복권'으로 야권에선 김대중-김영삼 진영 간 갈등이 일어났고, 결국 전 대통령 후계자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가 대통령에 오른 전력이 있다. 이같은 경우를 고려하면 이번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도 당시 상황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상임고문 인선을 두고 만약에 있을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으로 야권 분열이 불거지면 저지·수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비책을 세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과거 원로를 모아 진영 내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상임고문으로 발탁된 정의화 전 의장은 15~19대 국회에서 활동하면서 친이계로 꼽히면서 박 전 대통령과는 갈등의 각을 세웠다. 경제선진화 입법 문제로 박 전 대통령과 정면충돌한 것으로 유명하다.

15~18대 국회에서 활동했던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도 친이계에 속한다. 특히 이 전 부의장의 경우 19대 총선 때 친박계의 친이계 공천(공직선거후보자추천) 학살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대 총선에서도 예비후보 때 친박 문대성 의원에게 패한 바 있어 박 전 대통령과는 호의적 관계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부의장과 네 차례 의정활동을 함께 한 안상수 전 의원도 이명박 정부 시절 당대표를 지낸 비박계이자 친이계 인사다. 특히 현재 국민의힘과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도 사이가 안 좋았다. 홍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에도 어느 정도 견제구를 날릴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계파가 없는 김무성 전 의원도 상임고문으로 활동한다. 15~20대 총선 당선으로 내리 6선에 성공한 김 전 의원은 비박계 좌장으로서 박근혜 정부 때 친박과 비박 계파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이어 개혁보수를 표방하면서 야권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로 거론된 바 있다. 현재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의 '킹 메이커'를 자처했다.

반면 친이계와 대립한 대표적 친박 인사도 상임고문으로 영입됐다. 15~19대 의회에서 활동한 황우여 전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와 함께 승승장구하며 고위공직에 오른 대표적 친박이다. 다만 19대 국회 때는 후반기 의장단 선출에서 국회의장 경선에 출마했지만, 친이계 정의화 의원에 밀려 낙선하기도 했다.

16~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갑윤 전 의원은 '진박 9인회'로 불릴 정도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친박에서 구성한 '혁신과 통합 연합'이라는 모임에서 공동대표로 활동했고,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유승민·김무성 전 의원과는 거리를 둔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한 김 의원은 친이계이자 친박계로 불렸다. 19대와 21대 국회에서 활동, 경상남도지사를 지낸 바 있다. 진영 간 대결로 꼽힌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생환할 정도의 입지력을 갖고 있어 야권에선 차기 대선 후보 하마평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