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차남 전성시대…세대교체 속 후계구도 경쟁 치열
재계는 차남 전성시대…세대교체 속 후계구도 경쟁 치열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0.12.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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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테크놀로지그룹, '롯데'처럼 형제의난…웅진, '동원'처럼 갈등없는 구도
4대 그룹 외 대부분 후계 낙점 없어…신세계·대교 등도 형제 간 '경쟁'
기업빌딩 숲.(사진=아이클릭아트)
기업빌딩 숲.(사진=아이클릭아트)

재계 오너가 차남의 득세가 눈에 띈다. 최근 오너가 2~4세 세대교체 속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와 웅진 등의 그룹에선 차남이 장남을 제치고 후계자 자리를 굳힌 형국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서는 차남 조현범 사장이, 웅진그룹에서는 차남 윤새봄 대표가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다. 조현범 사장은 횡령 혐의로 흔들리고 있고, 웅진은 아직 구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지분 구조상으론 확정적이다.

명확하게 오너 승계가 이뤄진 4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과 달리 대부분 그룹들은 아직까지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고 있다.

총수들은 ‘장자승계’ 원칙을 떠나 ‘능력중심’이란 원칙을 만들어 형제간 경쟁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처럼 ‘형제의 난’을 통해 총수에 오르느냐, 동원처럼 확실한 계열분리를 통해 갈등 없이 후계구도를 정리하느냐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롯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차남인 조현범 사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지분을 전량 넘겨받아 그룹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에 따라 형인 조현식 부회장 보유 지분(약 19%)보다 2배 이상 높은 약 43%를 보유, 단독 총수 자리를 예약했다.

다만 조현범 사장은 배임수재·횡령 혐의가 유죄로 판결됐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누나 2명이 형님과 연합해 경영권 분쟁을 펼치고 있어 형제의 난은 불거지고 있다.

웅진은 동원처럼 갈등 없는 후계구도로 귀결될 것으로 풀이된다. 차남 윤새봄 대표가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분위기 속에서도 장남 윤형덕 대표가 크게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형덕 대표는 화장품과 건강 기능식품 회사인 웅진투투럽을 책임지고 있다. 윤새봄 대표는 웅진의 핵심인 교육사업을 경영하고 있다. 따라서 동원처럼 형님 사업을 계열분리 시키고, 윤새봄 대표에게 그룹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윤새봄 대표 지분율은 약 16.4%로 형 윤형덕 대표 지분 약 13%보다 높다.

이외 대교는 강영중 회장의 장남 강호준 최고전략책임(CSO)과 강호철 최고재무책임(CFO) 상무가 경쟁하고 있다. 이들 형제는 40대 초반으로 두 살 터울이다. 이들은 각각 그룹 전략과 자금줄을 쥔 중책을 맡았다. 따라서 강 회장의 합격점을 받으면 차남이 대교를 이끌 수도 있다.

재계 맏형이 된 최태원 회장의 SK도 자녀들의 약진이 눈길을 끈다. 장남 최인근 씨가 지난 9월 SK E&S 전략기획팀 입사했다. 앞서 장녀인 최윤정 씨는 SK바이오팜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유학 간 것으로 알려졌고, 차녀 최민정 씨는 SK하이닉스에서 근무 중으로 경쟁이 이제 시작된다.

한화는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가 이번 '2021 임원인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가 사장에 취임했지만, 차남 김동원 전무도 승진을 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게다가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도 한화그룹에 합류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신세계는 그동안 정용진 부회장이 전면에 나섰지만, 여동생 정유경 총괄사장과 경쟁하는 모습이 됐다. 어머니 이명희 회장이 아들 정용진 부회장과 딸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2%씩을 증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용진은 이마트’, ‘정유경은 신세계’로 후계자 지목이 아닌 남매 경영체제로 비춰지고 있다.

또 다른 재계의 관계자는 “이번 4대그룹 인사에서 능력위주의 젊은 인물들이 전면에 나선 것처럼 오너들 역시 철저한 능력위주로 후계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