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농협' 위해 주요 사업부문 인사 단행, 세대교체 이뤄
농토피아 구현 '비전 2025'…"함께하는 100년 농협 만들 것"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100일을 넘긴 가운데, 농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스킨십 경영을 통해 농협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임기 동안 농협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초석을 만들고 농업·농촌의 새로운 미래상인 ‘농토피아(農Topia)’ 실현을 위한 밀알이 되겠다고 공언한 만큼, 앞으로 행보에 업계의 관심은 집중될 전망이다.
12월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월31일 선거를 통해 24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자리에 오른 이후 이달 10일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이 회장은 취임 때부터 ‘농협다운 농협’을 강조하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로 100년 기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면서 농업·농촌 현장 중심의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앞서 이 회장은 농가와의 소통을 우선이라고 생각해 거창한 취임식보다는 영농현장에서의 소탈한 취임식을 주문했고, 실제 취임 5일째인 2월4일 강원도 홍천지역 딸기농장을 직접 방문해 농가 애로를 듣는 것으로 공식 취임행사를 갈음했다.
이 회장은 이어 충청북도 진천의 화훼농가를 방문해 코로나19로 대목을 잃어버린 화훼 현장의 고충을 귀담아듣고, 이후 온·오프라인 특판행사를 통한 꽃 200만송이 소비촉진 캠페인과 화훼농가 무이자자금 1000억원 지원 등을 즉각 추진하며 스킨십 경영에 나섰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일손이 부족한 충북 제천 사과농장을 방문하고, 판로가 막힌 친환경농산물 판매장을 점검하는 등 농업 현장을 틈나는 대로 찾고 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당선 직후부터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선거 당시 공약은 물론 당선 후에도 농협의 주인은 농업인이며, 농업인 중심으로 농협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실제 이 회장은 첫 현장경영 방문지인 홍천 딸기농장에서 “12만 농협 임직원 모두는 농업인이 없는 농협은 존재의 이유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취임사를 통해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중앙회 부회장 등 주요 부문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 역시 ‘새로운 농협’으로 변화를 주기 위한 이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농협이 전국의 1118개 농·축협을 회원 조합으로 두고 있는 만큼, 지역 안배를 고려해 인사했다. 유찬형 부회장은 충남, 이재식 상호금융대표는 경북, 김용식 조합감사위원장은 충북, 장철훈 농협경제지주 대표는 전남 태생이다. 이 회장은 선출직 기준 경기도 출신의 첫 중앙회장이기도 하다.
이 회장을 제외한 이들 대표는 1960년대 초반 출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전 대표들 대부분이 1950년대 출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이 나름의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고 인사를 단행한 셈이다.
이 회장은 ‘농협의 주인은 농업인’이라는 정체성 아래 ‘농가소득 안정’과 ‘유통구조 혁신’이 농협 사업의 핵심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달 18일 개설 예정인 ‘온라인 농산물거래소’는 이 회장 취임 후 유통 혁신을 위한 첫 단추다. 농산물 거래소는 도매시장 위주의 농산물 거래에서 벗어나 농가의 판로 선택권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물류비 절감 등을 통해 농가가 제값 받고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농가는 생산한 농산물을 거래소에 내놓고(상장), 중도매인·유통업체·식자재마트·급식업체를 비롯한 다양한 구매자들이 입찰에 응해 거래가가 책정된 후 직송되는 방식이다.
농산물 출하처는 희망가격으로 거래하고, 입찰 최저가격과 출하권역, 배송 최소물량 등을 지정할 수 있다. 구매자는 출하처가 제안한 최저 가격·물량 이상으로 입찰에 응하기 때문에 생산자의 가격결정 권한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농산물 대금은 거래소가 선지급하는 만큼, 농가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농협은 이달 양파를 시작으로 올 8월 깐마늘로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보완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 회장은 지난 11일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의 희망이며, 농업인이 함께 존경받는 100년 농협’이라는 내용의 ‘비전 2025’를 발표하며 새로운 농협을 공식 선언했다.
이 회장은 비전 달성을 위해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 유통 대변화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디지털 혁신 △경쟁력 있는 농업, 잘사는 농업인 △지역과 함께 만드는 살고 싶은 농촌 △정체성이 살아있는 든든한 농협을 5대 핵심가치로 제시했다.
특히 이 회장은 ‘농토피아(農Topia)’를 구축하는 것이 농협의 추구해야 할 미래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전 선포식에서 “비전 2025를 가슴 깊이 새기고 농업인과 함께, 국민과 함께 100년을 향한 농협으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오랜 조합장 경력과 중앙회 이사 경험 등으로 농협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다”며 “농업인이 대부분인 210만 조합원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고, 이전 회장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