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이성희 회장…'농협다운 농협' 혁신 속도
취임 100일 이성희 회장…'농협다운 농협' 혁신 속도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5.12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기농장서 소탈한 취임식 열고 농업인 중심 현장경영 실천
'새로운 농협' 위해 주요 사업부문 인사 단행, 세대교체 이뤄
농토피아 구현 '비전 2025'…"함께하는 100년 농협 만들 것"
지난 1월31일 제24대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된 이성희 회장. (제공=농협)
지난 1월31일 제24대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된 이성희 회장. (제공=농협)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100일을 넘긴 가운데, 농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스킨십 경영을 통해 농협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임기 동안 농협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초석을 만들고 농업·농촌의 새로운 미래상인 ‘농토피아(農Topia)’ 실현을 위한 밀알이 되겠다고 공언한 만큼, 앞으로 행보에 업계의 관심은 집중될 전망이다. 

12월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월31일 선거를 통해 24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자리에 오른 이후 이달 10일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이 회장은 취임 때부터 ‘농협다운 농협’을 강조하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로 100년 기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면서 농업·농촌 현장 중심의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앞서 이 회장은 농가와의 소통을 우선이라고 생각해 거창한 취임식보다는 영농현장에서의 소탈한 취임식을 주문했고, 실제 취임 5일째인 2월4일 강원도 홍천지역 딸기농장을 직접 방문해 농가 애로를 듣는 것으로 공식 취임행사를 갈음했다. 

이 회장은 이어 충청북도 진천의 화훼농가를 방문해 코로나19로 대목을 잃어버린 화훼 현장의 고충을 귀담아듣고, 이후 온·오프라인 특판행사를 통한 꽃 200만송이 소비촉진 캠페인과 화훼농가 무이자자금 1000억원 지원 등을 즉각 추진하며 스킨십 경영에 나섰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일손이 부족한 충북 제천 사과농장을 방문하고, 판로가 막힌 친환경농산물 판매장을 점검하는 등 농업 현장을 틈나는 대로 찾고 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당선 직후부터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선거 당시 공약은 물론 당선 후에도 농협의 주인은 농업인이며, 농업인 중심으로 농협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실제 이 회장은 첫 현장경영 방문지인 홍천 딸기농장에서 “12만 농협 임직원 모두는 농업인이 없는 농협은 존재의 이유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취임사를 통해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중앙회 부회장 등 주요 부문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 역시 ‘새로운 농협’으로 변화를 주기 위한 이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농협이 전국의 1118개 농·축협을 회원 조합으로 두고 있는 만큼, 지역 안배를 고려해 인사했다. 유찬형 부회장은 충남, 이재식 상호금융대표는 경북, 김용식 조합감사위원장은 충북, 장철훈 농협경제지주 대표는 전남 태생이다. 이 회장은 선출직 기준 경기도 출신의 첫 중앙회장이기도 하다.

이 회장을 제외한 이들 대표는 1960년대 초반 출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전 대표들 대부분이 1950년대 출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이 나름의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고 인사를 단행한 셈이다.

이 회장은 ‘농협의 주인은 농업인’이라는 정체성 아래 ‘농가소득 안정’과 ‘유통구조 혁신’이 농협 사업의 핵심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달 18일 개설 예정인 ‘온라인 농산물거래소’는 이 회장 취임 후 유통 혁신을 위한 첫 단추다. 농산물 거래소는 도매시장 위주의 농산물 거래에서 벗어나 농가의 판로 선택권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물류비 절감 등을 통해 농가가 제값 받고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농가는 생산한 농산물을 거래소에 내놓고(상장), 중도매인·유통업체·식자재마트·급식업체를 비롯한 다양한 구매자들이 입찰에 응해 거래가가 책정된 후 직송되는 방식이다.

농산물 출하처는 희망가격으로 거래하고, 입찰 최저가격과 출하권역, 배송 최소물량 등을 지정할 수 있다. 구매자는 출하처가 제안한 최저 가격·물량 이상으로 입찰에 응하기 때문에 생산자의 가격결정 권한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농산물 대금은 거래소가 선지급하는 만큼, 농가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농협은 이달 양파를 시작으로 올 8월 깐마늘로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보완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열린 '비전 2025' 선포식을 마치고,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왼쪽 열번째)을 비롯한 범농협 임직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열린 '비전 2025' 선포식을 마치고,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왼쪽 열번째)을 비롯한 범농협 임직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

이러한 가운데, 이 회장은 지난 11일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의 희망이며, 농업인이 함께 존경받는 100년 농협’이라는 내용의 ‘비전 2025’를 발표하며 새로운 농협을 공식 선언했다.  

이 회장은 비전 달성을 위해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 유통 대변화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디지털 혁신 △경쟁력 있는 농업, 잘사는 농업인 △지역과 함께 만드는 살고 싶은 농촌 △정체성이 살아있는 든든한 농협을 5대 핵심가치로 제시했다. 

특히 이 회장은 ‘농토피아(農Topia)’를 구축하는 것이 농협의 추구해야 할 미래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전 선포식에서 “비전 2025를 가슴 깊이 새기고 농업인과 함께, 국민과 함께 100년을 향한 농협으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오랜 조합장 경력과 중앙회 이사 경험 등으로 농협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다”며 “농업인이 대부분인 210만 조합원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고, 이전 회장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 기대된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