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모친 자택 찾아가 언쟁…그룹 경영권 갈등 심화
조원태 회장, 모친 자택 찾아가 언쟁…그룹 경영권 갈등 심화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12.28 1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제동 묵인 관련 언쟁으로 전해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자택을 찾아가 언쟁을 벌인 사실이 전해지면서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이 총수 일가 전반에 퍼진 분위기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아가 서로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언쟁은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고 경영에 제동을 건 것과 관련해 이 고문과 대화 나누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이번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제동을 이 고문이 묵인해 준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불만을 제기했고, 이 고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재차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쟁을 벌일 당시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함께 있었으며, 조 회장이 화를 내며 자리를 뜨는 과정에서 거실에 있던 화병이 깨지고, 이 고문 등이 작은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올해 4월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인 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로 나눠 상속을 마무리했다.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각각 6.52%와 6.49%로, 두 사람의 지분율은 0.03%포인트(p)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분은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의 손을 들어 주면서 조 회장이 우호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고문이 ‘캐스팅 보트’를 쥔 셈이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제동이 어머니인 이 고문과 교감을 바탕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입장문을 발표하기 전 가족과 협의한 바는 없다고 했지만, 최근 조 전 부사장과 이 고문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을 받으면서 사이가 더욱 친밀해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