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은 美 정부…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 예의주시
고민 깊은 美 정부…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 예의주시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12.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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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패소하면 배터리 공급 차질…LG화학·OUII는 "SK 패소 내려야"
WSJ "배터리 생산 공장 늘리고 싶은 정부, SK에 관대한 결론 원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전기차용 배터리 소송전이 트럼프 행정부에겐 고민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양사의 소송전을 조사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따라 자국 내 배터리 공급에 차질을 우려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사의 소송전은 세계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미국 불공정수입조사국(OUII, 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 등은 ITC 재판부 요구에 따라 ‘SK 측의 조기 패소’에 관한 2차 의견서를 이달 6일과 11일에 각각 제출했다.

하지만 의견서에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회사 간 팽팽한 의견 차이만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이번 2차 의견서에서 “SK이노베이션은 계획적이고, 고의적으로 증거를 훼손·은폐했다”며 “자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SK 측이 입증해야 하지만 SK 측은 입증도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요청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일부 증거 보존 면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고의성은 없었고, 소송이 제기된 후에는 전사적으로 증거 보존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LG화학 측의 요청을 모두 기각해달라고 요구했다.

OUII는 “SK 측에 대한 패소 판결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OUII가 지난 11월15일 재판부에 제시했던 LG화학에 찬성하는 의견서 내용을 유지한 것이다.

OUII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 훼손은 여타 다른 사례와 비교해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한다”며 “ITC의 포렌식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에도 악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앞서 ITC는 지난 10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한 중요 정보를 담고 있을 만한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LG화학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포렌식 조사 명령을 내렸다.

LG화학은 이와 함께 OUII를 상대로 지난 11월 “SK가 조직적이고, 고의적으로 소송 전·후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하고, 포렌식 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재판을 SK 패소로 끝내야 한다”는 요청(Default Judgement)을 했다.

OUII는 이후 LG화학 의견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SK이노베이션은 반박 의견서를 같은 달 차례로 제출했다.

이를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 ‘왜 세계 자동차 산업이 한국의 한 분쟁을 우려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ITC의 조사국은 LG화학 편을 드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WSJ은 이어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을 늘리고 싶어 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결론이 나길 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WSJ는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해 북미 지역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미국은 자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을 더 늘리고 싶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WSJ는 LG화학이 ITC 소송에서 승소해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elee@shinailbo.co.kr